연중 제33주일(가해) 강론 – 탈렌트(재능)
주임신부 2020. 11. 15, 범일성당
오늘 복음에서 ‘탈렌트’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탈렌트’는 예수님 시대에 화폐 단위로서 상당히 큰 단위의 돈이 됩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이 ‘탈렌트’가 주로 연예인을 지칭하기도 하는데, 사전적 의미로서는 ‘재능’을 뜻합니다. 원래 뜻인 ‘돈’이 오늘날 ‘재능’으로 바뀐 셈입니다. 이렇게 볼 때,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탈렌트’는 돈과 관련한 비유이지만, 이 보다는 우리 각자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재능’을 뜻한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의 가르침은 우리가 받은 재능을 우리가 더 키워 나가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재주꾼’이 있고 나아가 다양한 재주를 지닌 자들도 많습니다. ‘이것도 잘 하고, 저것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로서는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한편 ‘나는 왜 그리 못하지?’라 생각하면서 자칫 위축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재능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어떤 사람은 운동을 잘 할 것이요, 또 어떤 사람은 노래를 잘 할 것이며, 또 다른 사람은 수학적인 머리가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언변이 뛰어나기도 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재능들이 있고,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한 사람이 많은 재능들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실상, 우리 각자 또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 드러날 만한 어떤 재능을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내가 알고서 이를 어떻게 키워나가느냐 또는 키워나가지 않느냐 하는 점에 있겠습니다. 즉, 나 자신이 열쇠를 쥐고 있기에, 내가 하기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하느님에 대하여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시는 분’이라고 잘못 생각할 수 있습니다.(마태 25,26 참조) 하지만, 하느님은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그분께서는 ‘심은 데에서 거두시고 뿌린 데에서 모으시는 분’으로서,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재능’이라는 것을 미리 심어 두시고 뿌려 두셨습니다. 그러기에, 잘 가꾸고 열매 맺게 하는 당사자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통하여, 우리와 함께, 우리 안에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분으로서, 우리 각자를 당신 창조사업의 협조자로 여기고 계십니다.
재능을 지니고 계신 여러분, 여러분의 노력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는 그런 ‘재주꾼’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각자도 오늘 복음 속에 나오는 그 칭찬의 말을 듣게 되길 희망해 봅니다. -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마태 25,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