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619호 2020.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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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탁은수 베드로 |
“그 어느 때 보다 외롭다.”
탁은수 베드로 / 광안성당·언론인 fogtak@naver.com
타조는 맹수에 쫓기면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는다고 합니다. 눈을 가려 위험을 아예 보지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것이지요. 이를 빗대 ‘타조효과’란 말이 있습니다. 현실을 바로 보기보다 경고에 귀를 막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현상입니다. 진실을 드러내기보다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현상으로는 ‘확증편향’이 있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태도입니다.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를 보고 시비를 거는 것과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문명과 경제 성장을 이룬 인류가 지구를 평정하고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을 통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신의 영역까지 도전한다는 책들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인류는 지구의 지배자가 아니라 작은 바이러스의 출현에 평화로운 일상까지도 내놓아야 하는 나약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오만과 욕심의 바벨탑을 쌓아 올리다 벼락을 맞은 꼴입니다. 지구 환경의 위기와 세계적 불평등에는 타조처럼 눈을 감고 과장된 풍요의 주장만 받아들인 확증편향의 결과가 아닐까요?
최근 교황께서 새 회칙 『모든 형제들』을 발표하셨습니다. 세계화는 우리를 이웃으로 만들긴 했지만 형제를 만들어 주진 않았다며 이웃이 아니라 형제로 살아가기를 권고하십니다. 개인적 차원의 사랑을 사회적 차원인 박애와 연대가 되도록 개방하고, 대립과 배제 대신 만남과 포용으로 공동의 집인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씀하십니다. 코로나의 급습에 당황해하고 불평등과 환경 문제를 겪고 있는 인류에게 교황님께서 구체적 해결 방안을 짚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 세상의 누구도 혼자일 수 없으며 공동체를 지키려는 서로의 노력 없이는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챙겨 쓰는 수고가 나와 다른 사람의 건강을 모두 챙기는 일이 되듯 말입니다. 보편된 교회임을 고백하는 가톨릭 교회는 이런 공동체적 삶의 모범이어야 합니다. 위험에 빠진 우리를 안타깝게 보시는 것 같아 교황님의 이 말씀이 저는 자꾸 마음에 남습니다. “개인의 이익만 강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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