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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 ‘날마다’
 

주임신부 2020. 9. 20. 범일성당


 

제가 어렸을 때 기억으로서, 신자 집안이 이사를 할 때 이사할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점은 ‘성당이 우리 집과 얼마나 가까운가?’였습니다. 요즈음에야 ‘학군이 좋은가?, 시장은 가까운가?, 병원이나 편의시설이 가까운가?’ 등이겠지만, 이전에는 신자분들 생각 속에는 ‘성당이 얼마나 가까운가?’가 중요했습니다. 또 다른 기억 하나는, 어렸던 제가 몸이 아팠을 때에는 제 어머님께서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해라!’... 즉, 예수님의 고통에 비하면 지금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고, 또한 나의 고통을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시키라는 의미였습니다. 이렇듯, 우리 신앙 선조들은 실상, 자신의 삶의 자리 그 중심에 ‘성당’이 있었고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며 주님의 고통에 동참할 줄 알았습니다. 


 

오늘, 한국의 순교자들 대축일을 맞으며, 복음을 통해 들려오는 주님의 말씀에서 다음의 구절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나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내가 지고서 살아야 함을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다음의 단어, 즉 ‘날마다’라는 단어가 특히 드러났습니다. 


 

신앙적 측면에서 ‘날마다’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봅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늘에서 내려 온 ‘만나’라는 것을 먹었는데, 그들은 하루 분량만의 만나를 거두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 바치는 주님의 기도를 보면,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사’ 청함에서 드러나듯, 우리는 오늘의, 즉 매일의 일용할 양식을 청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날마다 미사를 봉헌하며 주님을 받아 모시고 있습니다. 


 

신앙인의 삶은 하루 단위의 결단과 실천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는 평생을 늘 불안과 초조에 휩싸여 소심하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충만히 살아가라는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이렇게 날마다를 살아감으로써, 하느님의 현존 속에서 우리가 맞이하는 매일은 기적을 체험하는 은총의 매일로 꾸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십자가와 관련해서도, ‘날마다’는 필요하겠습니다. 사실 십자가형은 서서히 죽어가게 하는 처형 방식이었습니다. 단번에 종결되는 죽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날마다의 십자가야말로 신앙인으로서의 진정한 삶에로 다가가는 영성적인 비결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어쩌다 한번’이 아니요, ‘어쩌다 기억날 때’가 아니라, 좋든 싫든 ‘날마다’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날마다’, 즉 ‘매일 십자가를 지는 삶’이 되어야 함을 묵상하게 됩니다. 


 

자랑스런 우리 신앙 선조들, 순교자들을 비롯한 대부분 신앙인들의 삶의 중심에는 ‘성당’이 있었고, 주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삶이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러한 그분들의 삶은 일시적이 아닌 ‘날마다’의 삶이었습니다. 


 

신앙 선조들의 후손이신 여러분, 저나 여러분이나, 우리 모두는 십자가를 지고 살고 있습니다. 바라건데, 그 십자가가 ‘날마다’였으면 합니다. 그 ‘날마다’ 속에서 주님을 만나고, 주님과 함께 하며, 그럼으로써 우리의 매일이 은혜롭길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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