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같은 일상

가톨릭부산 2020.09.09 11:06 조회 수 : 21

호수 2614호 2020.09.13 
글쓴이 김도아 프란치스카 
선물같은 일상

 
김도아 프란치스카 / 장림성당·노동사목 행정실장 free6403@hanmail.net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외국어 미사가 재개된 후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다시 중단되었고, 이주노동자의 의료 지원을 위해 운영하던 무료진료소 역시 운영이 중단되었습니다. 하반기에 건강 검진과 예방 접종을 계획하던 상황에서 모든 것이 중단되었습니다. 지난번보다 나아진 것은 이주노동자들의 마스크 구입이 쉬워졌다는 것 하나뿐이었습니다.
 
   센터의 이후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회사에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는 것.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갓 두 돌이 지난 아기와, 노동사목센터 가족들, 이주노동자들과 봉사자들, 사상성당 교우들이 떠올랐습니다. 괜찮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매우 떨리고 불안해졌습니다. 남편은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밀접접촉자로 2주간 시댁에서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고, 저와 아기도 일주일간 스스로 격리하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직장이나 어린이집에서 감염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출근하던 엄마가 집에서 놀아주자 좋아하던 아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이상하고 답답한지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미끄럼틀을 타러 나가자고 재촉하고, 어린이집 친구를 보러 가자고 웁니다. 목욕을 담당하던 아빠가 없으니 목욕을 하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도 하고요. 며칠째 집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으니 저도 울컥 짜증이 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기도 하였습니다. 여러 병원에서, 보건소의 선별검사소에서 추위와 폭우를 지나 폭염과 싸워가며 일하는 의료진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오롯이 아이와 단둘이 집 안에서만 보내는 흔치 않은 경험을 열심히 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기와 베란다에서 물놀이도 해보고, 빵과 과일로 어설프게 케이크도 만들어보았습니다. 눈 마주치면 웃어주고, 짜증 내면 안아주며 이야기하니 어느 순간 아기도 함께 웃어주었습니다. 매일 아침과 저녁, 기도와 묵상으로 하루를 다짐하고 반성하였습니다. 더디지만 착실히 시간이 지나 감사하게도 이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왔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혼자 기도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조용히 주님과 이야기 나누는 법을 배워 좋지만, 성당에서 교우들과 마스크 없이 인사하고, 성전에 나란히 앉아 성가를 부르며 기도하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아마 그때가 되면 모든 미사가 주님이 주신 선물 같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그 선물 같은 일상이 하루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불편하더라도 우리 모두 조금 더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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