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비를 베푼 것처럼

가톨릭부산 2020.09.09 11:03 조회 수 : 24

호수 2614호 2020.09.13 
글쓴이 박경빈 신부 

내가 자비를 베푼 것처럼

 
박경빈 신부 / 금정성당 성사담당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그러므로 하늘 나라는 자기 종들과 셈을 하려는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마태 18,21~23 참조)
 
   용서에 대해 여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왜 하늘 나라 비유를 말씀하실까요? 예수님께서는 용서가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려 하십니다.
 
   우리에게 잘못한 죄를 지은 형제를 만났을 때, ‘나와 너’만의 관계에서 생각하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하늘 나라’와 그 나라의 ‘주님이신 하느님’을 먼저 떠올려야 함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고 들려주신 비유에서 10,000달란트를 주님으로부터 탕감받은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죄지은 형제의 잘못에 대응해야 하고, 주님으로부터 내가 받은 엄청난 용서, 즉 10,000달란트의 탕감을 기억한다면 내가 해야 하는 ‘용서’의 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실생활 속에서 우리는 죄지은 형제의 잘못 앞에서 그 형제의 잘못만을 바라보며 그 잘못을 분석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벌을 찾는 데 익숙합니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들로 하여금  ‘하느님께로부터 내가 이미 받은 용서’를 기억하고 있어야 함을 말씀하십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말씀은 내가 받은 용서를 기억할 때 가능한 일이며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오늘 제2독서인 로마서에서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 가운데에는 자신을 위하여 사는 사람도 없고 자신을 위하여 죽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하여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입니다.”(로마 14,7~8)
 
   살아도 죽어도 주님을 위해 살고 죽는 사람은 죄지은 형제를 대할 때에도 주님과 함께, 주님의 뜻 안에서 대할 것이고, 내가 주님께 탕감받았음을 기억하며 행동할 것입니다.
 
   “복수하는 자는 주님의 복수를 만나게 되리라.”는 제1독서의 말씀은 탕감받은 은혜를 모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탕감받은 우리에게 아버지께서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에 잘 새기고 살아갑시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마태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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