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610호 2020.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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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효경 신부 |
절박하고 간절한 여인
김효경 신부 / 한국외방선교수녀회 상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방인들이 사는 땅으로 가시어 그곳에서 가나안 부인의 딸을 고쳐주십니다. 가나안 부인은 예수님만이 치유해 주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예수님께 딸의 치유를 요청합니다. 그녀는 예수님께서 자기와는 다른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다윗의 자손”만이 아니라 “주님”이라는 호칭을 세 차례나 사용해가며 계속해서 슬기롭게 간청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상황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고 제자들은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돌려보내십시오.”라는 말은 고쳐주지 않고 쫓아내라는 의미가 아니라 빨리 고쳐서 보내버리라는 의미입니다. 제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가나안 여인이 소리 높여 끊임없이 호소를 한 모양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여인에게서 사랑하는 딸의 치유를 간절히 바라는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주님께 기도를 바치는 사람치고 절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가나안 여인의 경우는 그 절박함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자신의 자존감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아 보입니다. 딸의 치유를 청하는 부인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땅에 떨어져 있는 음식을 주워 먹는 “강아지”에 비유를 하더라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라고 애원하며 가장 처절하고 최대한 낮은 자세로 자기 딸의 치유를 위해서 예수님께 간청합니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본인의 자존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모멸감을 받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가나안 부인의 경우도 왜 자존심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자존심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사랑하는 딸의 치유였고 딸을 치유해 주실 분은 바로 이분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소중한 자존심마저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가나안 부인은 딸의 치유가 절박했고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는 여인이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기도를 바치면서도 막무가내로 청하지 않고 슬기롭게 청할 줄 아는 여인이었습니다. 나 자신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자존심마저 내려놓고 겸손하게 기도할 줄 아는 신앙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왜 이방인들이 사는 곳으로 가셨는지 그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여인이었습니다. 치유를 체험한 여인도 행복했겠지만 치유를 해 주신 우리 주님께서도 참으로 행복하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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