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09호 2020.08.09 
글쓴이 김상효 신부 

참 매력적인 한 인간

 
김상효 신부 / 민락성당 보좌

 
   예수님은 참 바쁘신 것 같습니다. 마태오 복음 14장이 말하고 있는 예수님의 일정을 적혀 있는 그대로 알아들으면 그렇습니다. 그 복잡한 일정 속에서 순간순간 바뀌어야만 했을 예수님의 감정선을 한번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무리하게 상상력을 동원해서 말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어이없는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동지와도 같았던 세례자 요한의 죽음은 참을 수 없는 먹먹함으로 예수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이 소식을 듣자 배를 타시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가십니다. 그곳에서 홀로 목놓아 우셨을까요? 이런 예수님의 심정과는 무관하게 군중들이 몰려듭니다. 그분은 자신의 슬픔보다는 사람들의 처지를 가엾게 여기시며 사람들을 치유하고 가르치는 ‘일’을 또 하십니다. ‘감정처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것을 참 잘하시는 분으로 보입니다. 엄청난 감정의 폭풍 속에서도 차분히 사람들을 먹이시는 일을 하십니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해 제자들을 가르칩니다. 제자들의 미숙함에 속상할 법도 한데 오천 명을 먹이시면서 제자들에게 담담히 이 일의 의미를 알려줍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후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먼저 가게 하시고, 군중을 돌려보내십니다. 군중을 돌려보내는 일을 왜 제자들에게 맡기시지 않고 손수 하셨는지 상상해 봅니다. 날이 저물어가니 돌아가는 군중들이 걱정되었을까요? 아니면 그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요? 예수님은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십니다. 저녁때가 될 때까지 혼자 그 산에 계십니다. 아버지와 함께 오늘의 일을 나누는 일을 하셨을까요? 아니면 미처 다하지 못한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대한 애도를 마저 하셨을까요? 그런데 곧 호수에 맞바람이 불어 파도가 일어납니다. 기도 중에,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가고 있을 제자들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걱정되셨는지 서둘러 물 위를 걸어서 제자들에게 달려갑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제자들에게 달려갔지만 당신을 보고 제자들이 “유령이다!” 하며 두려워 소리를 질러댑니다. 또 한 번 제자들의 미숙함에 속상할 법도 하지만 제자들을 애정어린 마음으로 다독입니다.
 
   의연하시고, 당장의 상황에 철저하게 깨어 있으신 모습, 당신의 감정과 당신이 해야 할 일을 구별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참 매력적인 한 인간이십니다. 인간이신 이분의 매력은 곧 하느님의 매력입니다. 이분의 매력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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