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606호 2020.07.19 |
|---|---|
| 글쓴이 | 오창근 신부 |
“저 가라지들을 확 뽑아 버릴까요?”
오창근 신부 / 임호성당 주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땅을 지키는 농민들 덕분에 우리 먹거리를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수입 농산물보다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주는 것이 이 땅을 지켜나가는 농민들에게 큰 힘과 격려가 될 것입니다.
농사를 지어보지 못했지만 ‘내가 농사를 짓는다면 밀밭에 가라지를 내버려둘까? 가라지가 어떻게 생겼을까? 밀과 보리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가라지를 뽑아내지? 대충 보고 색깔이 맘에 안 들거나, 삐뚤게 자라는 놈을 뽑아내면 안 될까? 그랬다가 나중에 그놈들이 자라서 색깔이 더 예뻐지고, 더 똑바로 자란다면 어떡하지?’
그러다가 내가 가라지를 뽑는 입장이 아니라 내가 뽑혀야 할 가라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내 주제가 가라지인걸, 가당치 않게 남들을 가라지니 아니니 하고 평하고, 뽑아버리니 안 뽑아버리니 했던 것이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이웃을 가라지라 생각하고, 나 자신은 가라지를 뽑아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여태껏 참된 농부인 양 살아온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주인께서 보시고 얼마나 가소롭게 생각하셨겠습니까?
아! 주인이 가라지를 뽑아내자고 하는 종들을 말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전부 드러나기 전에는 이웃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오직 주인님만이 판단하실 수 있지만 그분은 기다리자고 하십니다. 부족한 우리, 가라지일지 모르는 우리는 주인님의 자비를 본받아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는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가라지일 수도 있습니다. 내 이웃의 모습을 보고 함부로 가라지라 평하지 마십시오. 자칫 밀밭에 밀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가라지만 무성한 밭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더 기다립시다. 아직 잘 모르지 않습니까? 무엇이 가라지이고 무엇이 밀인지, 주인님께서 뽑으라할 때까지 우리의 판단과 평가, 선입견을 버리고 우리 공동체 밭에서는 함께 갑시다.
가라지처럼 살아왔다 하여도 주인님이 기회를 주시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가라지가 밀로 변화(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또 기다려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추수 때까지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때 주인님께서 뽑아 버리실 것입니다. 지금은 가라지일지 모르지만 밀로 변해가려고 노력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갈 때, 추수 때가 되면 주인님이 보시고 “참 좋다!” 하실 겁니다. 농사를 통하여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농민들의 희생과 노고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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