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04호 2020.07.05 
글쓴이 손원모 신부 

순교: 하느님께 대한 완전한 의탁
 

손원모 요한 크리소스토모 신부 / 로사리오의집 관장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의탁, 신뢰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의탁은 누군가의 선함과 성실함을 믿고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확신하면서, 깊은 친교를 바탕으로 그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은 완전하게 의탁할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하는 열망을 갖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먼저 사람을 신뢰하셨고, 그래서 우리에게도 이러한 태도를 원하신다.

   의탁이라는 말은 사람과의 관계뿐 아니라 하느님과 사람 사이에서의 관계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하느님께서는 먼저 사람을 신뢰하셨고 그래서 사람에게도 이러한 태도를 갖출 것을 바라고 원하신다.

   의탁은 믿음의 태도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르려는 모든 이들에게 바라셨던 것이다. 이 내어 맡김의 태도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선하심을 굳게 믿는 생생한 믿음에서 솟아나며, 하느님의 뜻을 수행하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그 최고 정점이 바로 순교다. 순교는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하느님께 내어드리는 실존적 행위인 완전한 의탁의 태도다.

   오늘은 하느님 자비에 완전히 의탁함으로써 영광을 드리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를 특별히 기념하는 날이다. 성인은 16세에 고향을 떠나 하느님께 대한 열정과 사랑을 품고 마카오로 건너가 1845년 상해 연안에 있는 김가항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입국하였으나, 이듬해인 1846년 순위도에서 체포되어 모진 고초를 겪은 후, 새남터에서 순교하셨다. 성인은 그 당시 한국교회의 수많은 양떼를 돌보실 수 있었지만, 이보다는 하느님 섭리에 자신을 내어 맡기면서 한 알의 밀알이 되셨고, 더 풍성한 은총을 한국 교회에 주시는 순교의 영광을 받으셨다. 다시 말해 오직 주님의 섭리에 따라 지금 이곳(now and here)에서 나에게 보내시는 하느님 자비의 뜻을 받아들이고 일치하면서 그분 자비에 완전히 의탁하셨고, 이로 인해 오늘날 수많은 영혼들에게 선익과 구원을 가져다주는 초석이 되셨다.

   이처럼 우리도 매일의 삶에서 은총의 순간들을 놓치지 말고 의탁의 태도를 성장시켜 나가면서 하느님 구원사업의 충실한 협력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는 부족하지만, 하느님의 은총이 큰 용기와 위로로 함께 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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