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3주일(가해) 강론 – 나의 십자가
주임신부 윤 용 선 바오로 2020. 6. 28, 범일성당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마태 10,38 참조) 오늘 복음에 나오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제 십자가를 져라.’... 이는 익히 들어서 우리가 잘 아는 복음 말씀입니다. 알긴 아는데, 그렇다면 ‘나의 십자가’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 각자가 짊어진 나의 십자가는 무엇들이 있을까요?... 나의 건강, 성격, 나에게 주어지는 해야 할 일들, 가족 안에서의 문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등이 떠오릅니다. 물론, 각자에 따라 보다 큰 개인적 십자가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내가 죽을 만큼 힘들거나 도무지 지고 갈 수 없는 그런 십자가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기가 어렵긴 어려워도, 내 십자가 때문에 내가 도무지 숨을 쉬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요?
그래서 생각하게 됩니다. - ‘아하,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내가 지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십자가를 주시는 구나.’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한편 생각해 볼 때, 어느 누가 말했듯이 ‘나에게 한 쪽 문이 닫혀 버리면, 하느님께서는 다른 문을 열어 주신다.’는 이 말도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의 위안이 됩니다.
오늘 복음의 말씀을 접하며, 우리 자신을 반성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에게 주어지는 십자가가 도대체 무엇인지조차 내가 잘 헤아려 보려 하지 않으면서, 우리 각자는 십자가를 피할 궁리만 하는 것은 아닌지, 십자가 없는 부활만을 꿈꾸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반성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보다, 우리의 아들과 딸보다도, 우리가 예수님을 더 사랑해야 함을 말씀하시는 오늘 복음에서의 주님의 이 같은 표현은, 달리 말하여 주님께서 먼저, 그리고 더 많이 우리 각자를 사랑하고 계심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만큼이나 우리를 사랑하고 계신 주님께서 우리가 감당하기조차 힘든 십자가를 우리에게 주실 리가 있겠습니까?
주님의 사랑을 받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각자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기억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그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서 주님을 따를 수 있는, 그런 ‘진짜 신자’가 되길 바래봅니다. 나의 십자가를 통하여, 나와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느끼고, 그분과 함께 하는 나의 십자가의 길이 결국은 구원에로 향하는 은혜의 길임을 알아가는, 그런 은혜로운 삶을 우리 모두 영위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