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다

가톨릭부산 2020.06.17 10:13 조회 수 : 35 추천:1

호수 2602호 2020.06.21 
글쓴이 민훈기 가브리엘 

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다

 

민훈기 가브리엘 / 석포성당·시인 mgabriel0929@hanmail.net

 

   우리는 많은 죽음을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이 자기의 죽는 때를 알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한다든가 혹은 갑작스럽게 착한 일을 한 후 죽으면 으레 사람들은 죽으려고 그랬구나하든지 아니면 그래, 죽을 준비를 하였구나하고 얘기하는 것을 듣습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수년 동안의 냉담을 푸시고 그동안 밀린 교무금도 내시고 당시 귀하던 공동번역 성경을 사 오셔서 첫 장인 창세기 1장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장인 요한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책 아래에 굵고 큼직하게 페이지를 직접 쓰셨습니다. 마지막 미사를 드리시고 일주일 뒤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우리 가족은 그 성경을 가보로 삼아 가족이 모여 공동으로 기도를 바칠 때마다 이용하였습니다. 이렇게 아무리 평범한 보통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알게 모르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순간순간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들입니다. 과학과 기술 문명의 발달이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주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죽음은 그 힘으로 풀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때와 그 시간은 알 수 없고 죽음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언제 나의 생명의 문을 두드릴지 모릅니다. 저와 가까웠던 이들의 죽음은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 고민합니다.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그저 편안하게 죽으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살아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합니다. 신앙인으로서 죽음은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라고 믿고 죽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도 지난해 설날 저녁에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다가 다행히 기도의 힘으로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 입원해서는 주치의가 가족들을 면담하며 죽을 수도 있다고 얘기를 했는데 쾌유할 수 있었음은 기도의 힘이라고 믿습니다. 기도는 축복이고 은총입니다. 80일간 입원하며 그저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일상의 기적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숨쉬고 자고 일어나는 하루하루 소소한 일상이 죽음과 부활을 되풀이하는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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