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01호 2020.06.14 
글쓴이 김현영 신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김현영 마태오 / 민락성당 주임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생명의 원천이시고, 영원한 삶의 보증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인류에 대한 사랑 고백을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도 나타나지만, 하느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은 더욱 각별한 것입니다. 제1독서에서 모세가 경험한 하느님의 사랑은, 투정부리고, 졸라대는 어린아이 같은 백성들이지만 내치시거나 싫다 하지 않으시고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만나와 차돌 바위에서 샘솟는 물을 주시는 자비였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노예 생활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은 우리를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살게하기 위하여, 직접 이 땅에 오시어 우리의 모습처럼 사시다가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써 우리가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할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을 허무시고, 하느님 당신 본래의 모습대로 다시 살아나심으로써 죽어 소멸해야 할 우리를 하느님 당신 나라에 초대하셨고 영원히 살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의 원죄로 잃었던 하느님의 영을 우리에게 다시 돌려주심으로써 우리를 천지창조 때의 가장 순수했던 사랑받는 존재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서 구원을 보증받고 하느님의 세계로 입성할 수 있게 된 선택받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빠, 아버지라고 감히 하느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입니까! 그러나 이러한 행운도 모자란 듯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살과 피를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 주시면서까지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아니, 이는 단순한 보여주심 뿐 아닌 하느님의 적극적인 사랑의 고백이십니다. 이 세상 어느 종교의 신들이 이러한 일을 했었으며, 또 할 수 있겠습니까? ‘받아먹어라, 내 살이다’ ‘받아마셔라, 내 피다’.

   오늘도 우리는 미사에 참례하여, 주님의 살을 받아 먹고, 피를 받아 마실 것입니다. 더욱 감사하며 주님께서 내 안에 머무르시며, 우리도 주님 안에 머무름으로써 주님과 하나되어 기쁘고 행복한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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