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는 마음으로

가톨릭부산 2020.05.06 09:41 조회 수 : 19

호수 2596호 2020.05.10 
글쓴이 오원량 카타리나 리치 

반성하는 마음으로
 

오원량 카타리나 리치 / 시인, 온천성당 ryang0213@hanmail.net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중단되었던 미사가 재개되어 기쁘다.

   잘못을 저지르고 하느님 아버지한테 야단맞고 한동안 골방에 갇혀 벌 받고 나온 기분이라 할까? 그동안 집에 갇혀 얼마나 불안하고 갑갑한 생활을 했던가. 모든 신자들과 함께 예수님 부활 축하 미사도 성전에서 봉헌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예수님 부활을 다시 맞은 듯 기쁘다.

   조용히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본다. 우리가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지구를 얼마나 혹사시켰던가? 하느님은 인간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신 것이리라.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세상을 떠난 이와 지금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확진자들에게는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세계가 아직도 코로나19로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 비록 중국 우한이라는 지역에서 발생된 일이지만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울리시는 경종이라 생각하자.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여 마스크를 쓰고 죄인이 된 심정으로 혼자 조심스럽게 가까운 산길을 산책하면서 보고 느낀 점이 있다. 인간과 같이 하늘 아래 사는 생명체인 연약한 식물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듯, 봄이 되니 여전히 새순이 나고 예쁘게 꽃이 피어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강인해 보이는 인간들만 미세한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다. 자연 앞에서도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지금 인류는 세계대전 아닌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바이러스가 지구에 퍼져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처참한 전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느 나라가 바이러스를 옮겼다고 따지기 이전에 모든 인간이 일으킨 전쟁이다. 코로나19 전쟁을 일으킨 주범인 온 인류는 지구 등판에 올라타고 노예처럼 지구를 무분별하게 파헤치고 부리기만 했지, 한 번도 지구와 소통을 하면서 지구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구를 오염시켜 놓고 탈피하기 위해 우주공학자들은 우주선을 만들고 화성에 띄워 인간이 안착할 새 보금자리만 찾고 있었다. 그래 ‘지구가 오염되면 화성에 가서 살지 뭐!’ 이런 식으로 화성을 탐사하는 로봇을 신비롭게 주시하곤 했다. 신비로운 세계 화성도 인류가 발 디디고 산다고 가정하면 오래 안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월이 되어 들판에 연푸른 잎으로 덮였다. 지구가 이제 상처를 치유하고 새살이 돋아난다고 생각하면 너무 이른 생각일까? 조신하면서 최선의 양식인 기도에 매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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