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95호 2020.05.03 
글쓴이 정우학 신부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6)

 
정우학 신부 / 이주노동자사목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참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건강한지, 바뀌어버린 일상에 힘들지는 않은지 등등 보내어주시는 걱정과 건강하라는 축복에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안부와 걱정 뒤에 따라오는 당부는 제가 외국인들을 사목하고 있어서 더 걱정되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말이었습니다. 분명 코로나바이러스가 범세계적인 사태이고 해외로부터의 유입도 걱정해야 마땅하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바이러스 전파에 더 위험하다는 인식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의문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인식이 마음 아팠습니다.
 
   이번 코로나19사태를 맞이하면서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더 크게 실감하게 됩니다. 국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선별진료소를 지정하고 발표하였을 때, 국가 어떤 기관도 언어별로 진료소를 알려주지 않았고 다만 콜센터 연락처를 언어별로 알려주기는 하였지만 그마저도 사실상 외국인들이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공적 마스크를 나누어 줄 때에도 외국인들은 철저히 소외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이주노동자사목은 바쁘게 이 시기를 보낸 것 같습니다.
 
   이 사태를 보내며 한국인들의 침착한 대처와 서로에 대한 배려와 헌신은 같은 한국인으로서도 정말 놀랍고 감동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대단한 저력이 ‘우리 민족’이라는 결속력 밖에서는 약해진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분명 이주민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고, 이 나라에 공헌하는 시민인데 위기 상황에서는 의심과 편견의 대상이 되고, 복지와 혜택에서 밀려나야만 하는 현상에서 공정과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묵상하게 됩니다.
 
   이제 이 사회의 모든 이들의 노력으로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합니다. 많은 교우들이 다시 함께 미사를 봉헌할 날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주민들 역시 같은 마음으로 함께 미사를 봉헌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편견과 의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주민들은 어쩌면 좀 더 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져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경에서 이방인 여인이 예수님께 병을 고쳐주시기를 간청하였을 때,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부스러기라도 얻기를 청했던 그 마음으로 저도 기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교우 분들에게도 기도를 청합니다. 이주민들도 바이러스로부터의 부활과 그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해주시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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