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57호 2015.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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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주영 첼레스티노 |
한 해의 끝자락에서
박주영 첼레스티노 / 조선일보 부산취재본부 본부장 park21@chosun.com
음~. 제가 레지오를 한 지 14년째입니다. 제 늦둥이 딸이 태어난 2002년 시작했습니다. 결혼 9년 차쯤 얻은 소중한 애지요. 어렵사리 얻은 딸에 대한 감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레지오에 입단했지요.
제가 초등학교 4학년쯤 어머니 친구의 권유로 교리를 들었습니다. 나중 다 마쳤을 때 어머니의 변심(?)으로 첫 영성체를 못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힘들 때, 어려울 때 늘 기댔던 건 성모님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이 여러 번 망했고, 대학 다닐 땐 시대 상황이 그랬거든요. 워낙 어두운, 엄혹한 나날이었습니다. 뭔가를 들고 을지로 인쇄골목을 찾아가면서 명동성당 앞을 오갈 때면 성모님께 화살기도를 바치던 기억이 납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면서 이런 옛 생각이 많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후 대학 4학년 때 세례를 받고 지금에 이르렀네요. 대학 때 하숙집 아줌마가 4대 교인이었는데 요즘은 거의‘골수 반골’로 변했어요. 온갖 현장(?)에는 다 찾아다니며 남의 눈물을 닦아 주고 계세요. 제 영향이라고 하는데 저는‘족탈불급’이구요. 아니 도리어‘보수 골통’으로 변했지요.
제‘천로역정’은 그렇게 이어졌습니다. 레지오에선 좋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보다 선배님들이 많았고, 후배님들도 왔습니다.“돌아보면 제 삶은 은총인 것 같아요.”“아직 손에 잡히는 건 없네요.”“신부님의 강론이 힘을 줘요.”“보이지 않아도, 느껴지지 않아도 보살피고 계실걸요.”
가끔 하는 2차 주회에선 서로서로 느낀, 체험한 일들, 자신의 얘기들을 하곤 합니다. 보고 느끼고 배우는 게 늘 있지요.“너그러우시고 자애로우시며 아름다우신,‘당신께 매달리는 저희를 위하여’… ”주회에선 성모님께서 일을 하시더군요.
‘사랑으로 불타는 힘찬 믿음’, ‘저희 힘을 북돋우는 용감한 믿음’,‘바위와 같이 튼튼하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 왔다갔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저를 북돋우는 격려, 위로도 해주셨답니다.
그래도 여전히 약하고 모자라고 흔들립니다. 삶이나 신앙이나 그 궤적은 비슷하게 가는 듯합니다. 30살, 50살, 60살, 70살…. 누구에게나 언제나 그 나이가 처음이듯 신앙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제 늦둥이 딸의 나이만큼인 제 레지오 생활의 나이테가 그 아이의‘시근’정도는 될까요? 누구도 손 못 대는‘중딩’일까요? 올해의 끝자락은 만감이 싱숭생숭합니다.‘당신께 매달리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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