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지는 나날들

가톨릭부산 2020.04.01 12:03 조회 수 : 26

호수 2591호 2020.04.05 
글쓴이 박문자 데레사 

꽃이 피고 지는 나날들

 

박문자 데레사 / 서동성당·시인, 수필가 park2815@hanmail.net

 

연두색 잎이 새 주둥이처럼 돋아나더니 세상의 고단한 일상과 상관없이 함박웃음처럼 목련이 피고 지고, 개나리가 피는가 싶더니 시샘을 하느라 그런지 벚꽃이 만발하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은 우리에게 눈처럼 내린다. 바람도 꽃이고 비도 꽃이 되는 그런 계절이다.

지난 두어 달 동안 코로나19라는 단어만 세상에 가득한 것 같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끼고 앞만 보고 다닌다. 거리두기로 내 평생 처음 성당미사가 멈췄고, 누구나 할 것 없이 집안에서 갇힌 듯 지낸다. 자고 나면 어디서 누군가가 확진되었다는 소식이다. 기도하지 않으면 두려움에 사로잡힐 것만 같다. 이 시기가 빨리 지나기를 손가락이 아프도록 기도하며, 예수님께서 오죽하시면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셨을까!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며 보잘것없는 내 하나의 기도도 주님 들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금 내 손에서 주님 앞에 기도로 가게 해주는 묵주는 오래전 것이다. 남편이 암 진단을 받으며 수술을 앞둔 날 신부님이 오셔서 내 두 손에 꼭 쥐여주며 기도하라던 낡았지만 소중한 묵주다. 그래서 이 묵주를 손에 쥐면 내 기도는 깊고 깊어진다. 계절이 잎을 돋우고 꽃을 피우듯 내 기도가 주님 앞에 그리 가 닿는다.

몇 달째 제한된 공간에서 마음조이며 답답한 나날을 보내면서 기도드린다.

 

온 나라 아니 전 세계 모든 이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인생의 위기 가운데 가장 편한 피난처는 하느님이십니다. 주님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잠재워 주시고 속히 백신이 개발되게 도와주시어 병으로 고통받는 자들이 병과 싸울 때 이길 힘을 주시고 그들을 위해 수고하는 모든 이들에게 크신 은총을 내려주소서.

 

하루 종일 멈출 수 없는 기도다. 그러나 멈추고 다른 기도로 나아가야 함이 절실한 기도들이다. 꽃이 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가슴이 저리다. 그 떨어짐이 코로나19로 고통당하는 이들의 한숨같이 느껴진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보지 못하는 지금 마침 부활을 얼마 앞두지 않고 있어 감히 희망해 본다. 전 세계가 이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주님의 은총으로 다시 살아나기를

봄비가 내린다. 젖은 벚꽃이 봄의 신부처럼 아름답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 말씀을 의지해본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76호 2025. 6. 29  주님 사랑 글 잔치 new 김임순 
2875호 2025. 6. 22  “당신은 내 빵의 밀알입니다.” 강은희 헬레나 
2874호 2025. 6. 15  할머니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박선정 헬레나 
2873호 2025. 6. 8  직반인의 삶 류영수 요셉 
2872호 2025. 6. 1.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원성현 스테파노 
2871호 2025. 5. 25.  함께하는 기쁨 이원용 신부 
2870호 2025. 5. 18.  사람이 왔다. 김도아 프란치스카 
2869호 2025. 5. 11.  성소의 완성 손한경 소벽 수녀 
2868호 2025. 5. 4.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김지혜 빈첸시아 
2865호 2025. 4. 13.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안덕자 베네딕다 
2864호 2025. 4. 6.  최고의 유산 양소영 마리아 
2863호 2025. 3. 30.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박시현 가브리엘라 
2862호 2025. 3. 23.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61호 2025. 3. 16.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60호 2025. 3. 9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2859호 2025. 3. 2  ‘나’ & ‘우리 함께 together’ 김민순 마리안나 
2858호 2025. 2. 23.  예수님 깨우기 탁은수 베드로 
2857호 2025. 2. 16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최경련 소화데레사 
2856호 2025. 2. 9.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2855호 2025. 2. 2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