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88호 2020.0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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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탁은수 베드로 |
“아! 성당 가고 싶다”
탁은수 베드로 / 광안성당·언론인 fogtak@naver.com
일상의 소중함이 절실해졌습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우울한 풍경들 때문입니다. 직장이나 학교에 가고 동료들과 밥 먹으며 수다를 떠는 그저 평범했던 하루하루가 지금은 특별하고 그리운 일이 돼버렸습니다. 마스크 없이는 잠시의 외출도 부담스럽고 누군가의 기침 한번에도 예민한 눈빛이 쏟아집니다. 평화방송이나 유튜브로 미사를 중계해주기도 하지만 문이 닫힌 성당 앞을 지날 때면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빼앗긴 일상이 언제쯤 돌아올까요?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재택근무 등으로 직접적인 접촉을 줄이는 겁니다. 가톨릭은 일찌감치 미사 중단을 결정하며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거리두기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적당한 거리두기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것 아닐까요? 부모와 자식 간에도, 부부 사이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습니다. 간섭과 집착으로 다가온 너무 가까운 거리는 고통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에 너무 먼 거리는 무관심의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영역을 존중하고 기다릴 줄 아는 관계의 적당한 거리두기야말로 인생의 지혜인 것 같습니다
사순절을 보내는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거리 중의 하나가 세상 것과의 거리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은 이제 너무 가까이 있어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 됐습니다. 넓은 집, 더 큰 차, 높은 자리의 욕심을 어쩌면 하느님나라의 것들보다 더 가까이 두고 지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마스크는 때론 침묵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나약함을 깨달은 인간이 침묵 속에 세상의 것들과 거리를 두고 회개와 절제 속에 수난의 의미를 묵상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참된 사순절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는 은혜로운 회개의 시기가 아닐까요?
같은 돌이 누군가엔 걸림돌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디딤돌이 된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모두들 힘든 이 시기가 하느님께서 주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환자들에게 달려간 의로운 의료진들의 희생과 사랑을 닮아가는 신앙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고백하건대 제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미사참례도 가끔 게으름을 부렸던 제가 요즘은 자주 이렇게 혼자 말을 합니다.
“아! 이제 성당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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