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584호 2020.02.16 |
|---|---|
| 글쓴이 | 이영훈 신부 |
우상을 숭배하는 그리스도인
이영훈 신부 / 노동사목 담당 free6403@daum.net
풍랑을 만난 제자들의 울부짖음을 듣고 잠에서 깨어난 예수님께서 바람과 호수를 복종시키신 이야기(마르 4,35~41)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는 우리가 자주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풍랑 한가운데에는 예수님의 일행을 뒤따르던 “다른 배들”(마르 4,36)도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고통(풍랑)의 원인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통을 치유(복종)하시는 예수님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모든 고통(풍랑)을 자신의 운과 실력 덕분에 극복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삶 전체가 하느님의 은총 안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이날의 진실을 제자들의 증언을 통해 ‘이후’에야 알게 되었을 겁니다. 그날 목숨을 건진 것이 자신의 운과 능력이 아니라, 예수님의 도우심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오늘날 종교와 신앙은 우리 삶 안에서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닌 듯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지금을 ‘무신론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역사상 그 어느 순간도 무신론의 시대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우상의 시대’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믿던가 아니면, 하느님이 아닌 무언가를 믿는 시대입니다. 누군가는 혹은 우리는 자신만의 ‘신’을 모시고 있으며, 그 ‘신’을 믿고 따릅니다. 저마다 자신이 믿고 있는 신에게 ‘나의 이념과 신념’, ‘나의 자본과 권력’, ‘난 나만’ 그리고 ‘난 신을 안 믿어’라는 식의 이름을 붙이고 그것만 믿습니다. 무신론은 없습니다. 다만 우상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같은 세상 안에서 비슷한 경험들을 하며 삽니다. 고통의 순간들도 경험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고통을 헤쳐나갑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우리는 그 모든 순간들을 서로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신(우상)’의 덕분이라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구원자 예수님’의 덕분이라고 고백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순간 우리 안에서 활동하십니다.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쳐 버리면, 그 순간 우리는 우상숭배자가 되어 고통을 극복한 모든 순간을 운과 자신의 능력 등으로 치부하며 하느님의 은총을 부정하는 우리가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이런 생각으로 살아갑니다. 여러분은 어떠합니까? 혹시 우상을 숭배하는 그리스도인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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