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우리는 예수님과의 관계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연중 4주일 월요일 미사

(2020,2,3,11:00,병영성지 성당)

 

요즘 우리는 연중시기를 시작하면서 평일미사 독서인 사무엘 상하권을 통해 계속 다윗의 일생과 하느님과의 관계에 대해서 묵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통해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는 예수님을 통해 그 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의 내용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성경의 모든 말씀은 하느님과 우리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성경말씀은 바로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에서 바라보는 내용입니다. 비록 그 내용이 2000년 전 혹은 3000년 전의 것이라 해도 우리 인간의 이야기이고, 곧 지금 우리 자신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을 통해 두 유형의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인간의 모습은 다윗이고,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은 더러운 영(악령)에 사로잡힌 자의 모습입니다.

 

오늘 독서내용은 아들 압살롬에 쫓기어 도망치고, 사울의 친척인 사람으로부터 저주를 받는 딱한 처지에 있는 다윗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다윗은 이스라엘 왕정의 사울 다음의 두 번째 왕으로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입니다. 이 민족이 지배하던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계약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다시 옮겨와 하느님께서 그 왕좌를 영원히 튼튼하게 할 것이라는 축복을 받습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하느님께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약점도 많았던 나약한 사람입니다. 교만했고 신하를 의도적으로 전장에 보내 죽기를 바라면서까지 그의 아내 밧세바를 차지하는 불륜의 죄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 중에 이복자녀들의 다툼과 살육으로 결국 아들 중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켜 친부를 죽이려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하지만 다윗은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한 사람이기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하면서 주님께 용서를 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적어도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의 잘못을 합리화하기 위해 하느님을 이용하지 않고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이것이 다윗이 다른 사람과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 말하자면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다윗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다윗은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서 분명하게 하느님과 관계 안에서 그 답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더러운 영(마귀,사탄,악령에 사로잡힌 사람)에 사로잡힌 사람을 봅니다.이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알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영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더러운 영에 사로잡혔다는 것은 그 죄의 뿌리가 깊고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자신의 의식과 행위를 전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오히려 악령이 그의 사고와 행위를 기만하고 조정하는 상태, 자기 삶의 중심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가 되었습니다. 무덤에서 살았다는 것은 무덤자체가 죽음이 자리 잡은 생명력이 없는 곳 아닙니까? 이 말은 스스로 어떠한 성령의 이끄심도 도저히 느낄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런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서 내가 누구인지? 나의 정체성을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그러시듯이 어떤 외적인 것.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 그의 내면을 보시면서 물으십니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하고 그 정체성을 확인하도록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겉으로 드러난 더러운 악령에 사로잡힌 모습과 그 사람의 인격을 분리해서 보셨습니다. 더러운 악령에 사로잡혀 본질이 왜곡된 그의 인격이 너무나 안타까워하셨던 것입니다. 이제 더러운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서 그는 비로소 자기의 정체성을 바라보게 됩니다. ‘내가 누구인가?’ ‘지금 내가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하며 직시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에 의해서 자신의 본질을 알게 됨으로서, 더러운 영은 더 이상 그 사람의 내면을 장악하고 기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떠나 돼지 속으로 쫓겨나 물속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는 오늘 다윗을 통해서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 죄를 짓는 인간이지만 하느님과의 관계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애쓴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윗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성찰하면서 살고자 애를 썼기에, 죄의 상태에 떨어져도 다시 하느님께 돌아올 수 있는 사람, 결코 더러운 영의 세력에 완전히 기만되고 굴복되지 않은 사람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복음에서 등장한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사람은 악령이 그의 사고와 행위를 완전히 기만하고 조정하는 상태, 이미 자기 삶의 중심을 잃어버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서 비로소 악령을 탈피해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든지 예외 없이 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진짜의 나가 아닌 가짜의 나를 진짜의 나로 착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 모두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살지 않기 때문이고,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성령의 이끄심보다는 악령의 영향인 탐욕과 허영, 교만, 분노,시기,거짓,분열 등이 나를 기만하고 조정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스스로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도대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도대체 나는 내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살고 있는가?’ 당연히 우리는 이렇게 나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진짜의 나(참 자아)’를 온전히 알고 계시는 하느님과 그 분과 하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가 제대로 정립이 되어야 합니다.

 

에페소서 13절에서 4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하느님께서는 나의 존재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 분 안에서 존재케 하셨고, 그 분과 영적 여정의 길을 감으로서 성장하고 완성하도록 부르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통해서 나의 존재의 목적과 내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나의 존재는 하느님에 의해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가 누구인지? 나의 본질이 무엇인지? 내 삶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송두리째 속속들이 다 아십니다. 나의 장점과 단점,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모두를 다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통해서만이 비로소 나의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미사에 참례하고, 기도하고, 성경을 잃고, 피정하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통해 나는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물으면서 영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고, 하느님께서 원하신 나의 삶을 더욱 완성시켜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여러분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분의 삶이 더욱 의미있고, 행복하시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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