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82호 2020.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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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성균 신부 |
아버지의 집, 성전에서
이성균 신부 / 길천성당 주임
율법에 정해진 대로 여드레 만에 아기에게 할례를 베풀고 이름을 지어주신 예수님의 부모님이 산모의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율법에서는 아기를 직접 성전에서 대속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산모의 정결례도 대부분 지방의 회당에서 거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부모님이 정결례와 맏아들 대속을 위해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고 전합니다.
제1독서인 말라키 예언서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는 말씀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예수님의 첫 성전 방문이 하느님의 계명을 열심히 수행하신 부모님의 봉헌을 통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봉헌이 이루어진 이 성전은 예수님께 ‘아버지의 집’(루카 2,49), ‘기도의 집’(루카 19,46)이었습니다. 또한 수난을 앞두고 예루살렘에 머무시는 동안 ‘날마다 가르치’신(루카 19,47) 곳이며 그분을 받아들이지 않은 예루살렘의 운명과 더불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루카 21,6)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성전(성당)에서 시작되어 가정과 사회로 펼쳐집니다. 이 성전을 찾는 이들이 고령화되는 것을 걱정하는 요즘입니다.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자리 잡기 힘들고 그 여파로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특히 주거환경이 노후화된 지역의 성당에서는 젊은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성당에 오는 풍경이 드문 일이 되어갑니다.
사회 현상의 큰 물결을 개별 성당이 모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의 복음은 여전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일러줍니다. 아이들이나 젊은 세대에게도 성전이 ‘아버지의 집’, ‘기도의 집’이 되려면 우선 부모의 열심한 모범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나이 든 이들이 젊은 부모와 아이들을 시메온처럼 축복하며 격려하는 일입니다.
나이 든 이들의 축복과 젊은이들의 감사가 어우러져 하느님께 거룩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 성전에서 우리가 드리는 봉헌이 보다 큰 의미를 얻지 않겠습니까? 오늘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가 성전으로 들어온다면 무심히 보거나 나무라지 말고 축복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 그 아이를 통해 큰일을 하실지 누가 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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