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76호 2019.1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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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현옥 카타리나 |
사랑하는 이 여기 잠들다
정현옥 카타리나 / 삼계성당
명예와 부를 성공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던 그 여름날, 갑자기 남편이 제 곁을 떠났습니다. 죽음을 먼 이야기로 생각하며 살던 제게 이렇게 훌쩍 떠나버린 남편의 자리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고통의 시간, 제가 가장이 되어 떠맡게 된 삶의 한계에서 의지할 곳은 주님 뿐이었습니다. 시간을 쪼개어 평일미사도 드리고 매주 토요일에는 하늘공원에서 남편을 위하여 연미사를 드리며 곁에 머물렀습니다. 각자의 사연은 다르지만 가족과 사별한 많은 이들과 함께 드린 하늘공원 미사에서 주님께서는 제게 큰 위로와 힘을 주셨습니다. 자녀와 배우자를 먼저 보낸 아픔으로 미사에 왔다가 우연히 인사를 나눈 분들과 이제는 매주 미사 준비, 전례봉사를 통해 하느님의 큰 위안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전에는 저와 자녀들이 성당에 가는 것만이 전부라 여겼을 뿐, 하느님 뜻을 알지 못했던 제게 하느님께서는 아프고 힘든 이를 보살펴 주시는 참 부모는 하느님이셨음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일상의 삶에서는 하찮은 세상일에 여전히 눈길이 더 가고, 자녀도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지 못한 채 제 소유물처럼 여기며 집착하다 보니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딸과 함께한 성지순례에서 자녀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제 안의 욕심을 내려놓자 주님의 빛이 온전히 저를 비추어 주셨습니다. 구름에 가려진 초승달 같은 우리 가정이 당신 안의 충만한 보름달로 채워져 있음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하늘공원 입구에 쓰인 ‘사랑하는 이 여기 잠들다.’라는 글을 읽어 봅니다. 이곳에 잠들어 있는 많은 영혼들,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을 보러 올 때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부활과 영생은 이곳에서의 만남부터 시작됨을 늘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선물인 ‘삶’의 가치와 가족의 고리가 하느님 안에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주님께서 주신 하루를 감사히 살아갑니다.
“주님, 당신께서 주신 삶, 저희가 하느님을 올바로 섬기고, 당신 뜻하시는 바대로 살아가게 하소서. 세상일에 집착하기보다, 영원한 삶을 꿈꾸며 하늘나라의 보화를 쌓게 하소서. 주님 앞에 나아가는 그 날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맞으며 찬미와 감사를 드리게 하소서. 사랑의 성모여, 전구해주소서! 우리 모두의 가정을 축복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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