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화하신 하느님 사랑

가톨릭부산 2019.12.24 10:13 조회 수 : 39

호수 2575호 2019.12.25 
글쓴이 권지호 신부 

육화하신 하느님 사랑
 

권지호 프란치스코 신부 / 교구 총대리
 

   아기 예수님이 주시는 평화와 축복이 여러분에게 가득하길 빕니다. 가끔 해외 한인성당에 가보면, 이민 온 지 20년, 30년 된 신자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그 나라 기후에 적응하고 그 나라 법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이국땅에 살면서도 한국의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김치와 된장을 먹고, 우리나라 좋은 풍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도 천국에서 이 땅으로 이민 오신 것과 같습니다. 천국에 계셨던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말을 하고 사셨지만, 천국의 문화를 버리지 못했습니다. 사실, 주님께서는 천국의 문화를 이 땅 위에 심기 위해 오늘 탄생하신 것입니다.

   그 천국의 문화는 사랑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땅에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을 가져오신 것입니다. 이 무한한 사랑을 가져오신 주님의 모습이 왜 그렇게 가난한지 필립비서가 아름답게 설명합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6~7)

   예수님께서 가져온 천국의 사랑은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사랑입니다. 상대방을 섬기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것입니다. 이 사랑으로 우리는 구원받은 것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얼마나 은혜로우신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분은 부요하셨지만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그분이 가난해지심으로써 여러분은 오히려 부요하게 되었습니다.”(2코린 8,9)

   이 성경 말씀대로, 가난한 우리의 모든 비극과 아픔을 없애고 오직 행복만을 주기 위해서 주님께서 가난하게 탄생하신 것입니다. 이 성탄의 비밀은 우리가 노력해서 이 행복을 쟁취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자청해서 우리를 찾아와 거저 주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의 한없는 자비요 성탄의 축복입니다.

   이제 매일 말씀과 성체로 주님은 계속해서 우리 가운데 탄생합니다. 우리도 주님의 그 비우는 사랑으로 형제와 교회를 섬길 수 있게 말입니다. 이 섬기는 사랑으로 하느님과의 일치가 이루어지고 그분 사랑이 우리 사이에 완성되도록 오늘 주님께서 탄생하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까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1요한 4,12)

   이렇게 오늘 아기 예수님이 가져오신 천국의 평화와 축복이 우리에게 가득히 내리길 빕니다. 아멘.

호수 제목 글쓴이
2577호 2020.01.01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2576호 2019.12.29  가정 - “생명과 사랑의 요람” file 신요안 신부 
2575호 2019.12.25  육화하신 하느님 사랑 file 권지호 신부 
2574호 2019.12.22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file 최승일 신부 
2573호 2019.12.15  2019년 12월 15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file 문성호 신부 
2572호 2019.12.08  회개는 어떤 것? 심순보 신부 
2571호 2019.12.01  깨어 있어라! file 이재만 신부 
2570호 2019.11.24  권력과 봉사 file 이기환 신부 
2569호 2019.11.17  “내 인생인데, 딴 데 가면 불편하다.” file 박용조 신부 
2568호 2019.11.10  줄탁동시 file 김영곤 신부 
2567호 2019.11.03  주님과의 은혜로운 만남을 위한 욕심의 장벽 허물기 file 이기정 신부 
2566호 2019.10.27  바리사이의 기도와 세리의 기도 file 김석중 신부 
2565호 2019.10.20  전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전합니다 file 노영찬 신부 
2564호 2019.10.13  감사하는 마음의 필요성 file 김평겸 신부 
2563호 2019.10.06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교구를 봉헌하면서 file 김영호 신부 
2562호 2019.09.29  예수님 사랑 깨닫기 file 김두완 신부 
2561호 2019.09.22  십자가는 고통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 file 정영한 신부 
2560호 2019.09.15  아버지의 사랑 보다는 재물과 잔치가 좋은 신앙인 file 김효경 신부 
2559호 2019.09.08  위대한 이웃사랑 file 권지호 신부 
2558호 2019.09.01  겸손 file 윤경철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