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기다림

가톨릭부산 2019.12.18 09:52 조회 수 : 31

호수 2574호 2019.12.22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예수님의 기다림
 

탁은수 베드로 / 광안성당·언론인 fogtak@naver.com
 

   기다림 끝에 이제 곧 아기 예수님을 만납니다. 기다림과 만남은 세상 사는 이치이기도 합니다. 겨울을 기다려야 봄이 오고, 농부가 땅의 시간을 기다려야 열매를 거두는 것처럼 말입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내 뜻에서 돌아서서 주님의 뜻을 깨닫고 주님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것, 구원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신앙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기다림에 희망이 없다면 그건 고통일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우리가 기쁘고 즐거운 것은 그분이 기다리던 구원자임을, 그리고 분명이 오실 것임을 믿는 확신과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예수님은 어떤 이유와 희망으로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것일까요?

   부모 마음은 부모가 되어봐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앓아누운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겪어본 사람만 압니다. 몸보다 큰 가방을 메고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 학원으로 전전하는 자녀들, 힘겨운 생활의 전선에 자신의 삶을 욱여넣다 지친 어깨로 돌아오는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어쩌면 주님이 우리를 만나러 오는 이유가 자녀를 바라보는 안쓰러운 부모의 마음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경쟁의 비정함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사치와 굶주림이 더욱 끝을 달리는 부조리한 세상, 환락의 불빛과 탐욕의 끈질김이 더욱 강해진 세상, 그 세상을 어떻게든 살아 내야 하는 자녀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고 손을 내밀어 죄악의 절벽에서 건져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세상일을 핑계로 나는 일주일에 미사 참례 한번이 고작입니다. 하지만 십자가 위의 예수님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미사가 끝나자마자 세상을 향해 뛰쳐나가는 내 뒷모습을 예수님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실까요? 십자가의 고통을 알면서도 구원 사업의 완성을 위해 말구유의 비참함을 참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 그 만남의 간절함을 생각하면 나의 기다림보다 예수님의 기다림이 훨씬 더 큰 것 아닐까요? 게다가 내 죄 때문에 십자가의 고통을 당하면서도 또 죄짓고 돌아온 나에게 “괜찮다, 아들아. 다 괜찮다.” 하시는 예수님. 무심코 올려다 본 십자가 위의 예수님과 눈이 마주치면 기쁜 성탄을 앞두고도 나는 왜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지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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