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70호 2019.1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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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기환 신부 |
권력과 봉사
이기환 신부 / 반여성당 주임
오늘은 전례 상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복음말씀은 주일의 명칭과는 달리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내용을 들려줍니다. 이는 예수님이 권력자로서 지배하는 왕이 아니라, 구원을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어놓으시는 봉사하는 왕으로 오셨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특별히 권력과 봉사에 대한 묵상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권력과 봉사’의 문제는 서로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서로 관련이 없을 듯하지만,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인간의 마음속에 서로 다른 면에서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입니다. 우리의 삶의 터전이 세상과 교회라는 양면적인 현실에 있기 때문에, 내적인 유혹과 투쟁, 갈등과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세속적인 삶의 논리에 따라 자신의 역량과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와 욕망이 용솟음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며 자신을 봉사의 도구로 내놓고자 하는 신심이 자주 충돌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권력’은 다양한 공공부분에서 조직과 질서유지를 위해서 필요하고, 개인적으로는 권력에의 의지와 욕구를 통하여 자신의 발전과 성숙을 촉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방적이고 정도를 넘어선 권력 행사로 인하여 정치와 사회, 직장과 가정, 개인의 유대관계 등에서 폭력과 억압, 강압의 도구로 변질되어 오·남용, 왜곡과 파괴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날 우리의 고통스러운 역사적 사실들과 오늘날에도 여전히 밝혀지는 각종 폭력과 불평등, 차별과 갑질 등은 변질된 권력의 특성이 어떤지를 잘 말해줍니다.
이에 따라서 교회는 ‘권력’이 무소불위의 절대적인 힘을 휘두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한 ‘봉사’와 ‘섬김’에 의해 의미와 권리가 정당화됨을 깨우쳐 줍니다.(사목헌장74항)
이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는, 마치 패배자처럼, 십자가에 매달려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모든 믿는 이들의 왕으로 선포하며 믿고 따르는 이유를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신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누리시기보다는 오히려 죽으심으로써 이 세상과 우리를 구원하시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또 주님의 십자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묵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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