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 형들이 벤야민을 데리고 이집트로 가다>

1. 그 땅에 기근이 심하였다.

2. 그래서 그들이 이집트에서 가져온 곡식을 다 먹어 갈 때, 아버지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다시 가서 양식을 좀 사 오너라.”

3. 그러자 유다가 그에게 말하였다. “그 사람이 저희에게 엄중히 경고하면서, ‘너희 아우와 함께 오지 않으면, 너희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4. 아버지께서 아우를 저희와 함께 보내시면, 내려가서 아버지께 양식을 사다 드리겠습니다.

5. 그러나 그 아이를 보내시지 않으면 저희는 내려가지 못합니다. ‘너희 아우와 함께 오지 않으면, 너희는 내 얼굴을 볼수 없다.’고 그 사람이 말하였기 때문입니다.”

6. 그래서 이스라엘이 “너희는 어찌하여 아우가 또 있다는 소리를 해서 나를 괴롭히느냐?” 하고 말하자,

7. 그들이 대답하였다. “그 사람이 저희와 우리 가족에 대해 낱낱이 캐물으면서, ‘아버지께서 살아 계시느냐?’, ‘너희에게 다른 형제가 또 있느냐?’ 하기에, 저희는 묻는 대로 대답했을 뿐입니다. 저희에게 아우를 데려오라고 할 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

8. 유다가 아버지 이스라엘에게 말하엿다. “그 아이를 저와 함께 보내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일어나 떠나가겠습니다. 그래야 저희도, 아버지도 그리고 저희의 어린것들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9. 제가 그 아이를 맡겠습니다. 그 아이에 대해서 저에게 책임을 물으십시오. 제가 만일 그 아이를 아버지께 도로 데려와 아버지 앞에 세우지 않는다면, 제가 아버지에 대한 그 피를 평생 동안 짊어지겠습니다.

10. 저희가 이렇게 머뭇거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벌써 두 번은 다녔을 것입니다.”

11. 그러자 아버지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정 그렇다면 이렇게 하여라. 이 땅의 가장 좋은 토산물을 너희 포대에 담아 그 사람에게 선물로 가지고 내려가거라. 약간의 유향과 꿀, 향고무와 반일향,향과와 편도를 가져가거라.

12. 돈도 두 배로 가져가거라. 너히 곡식 자루 부리에 남겨 돌아왔던 돈도 도로 가져가거라. 그것은 아마도 무슨 착오였을 것이다.

13. 너희가 아우를 데리고 그 사람에게 다시 가거라.

14. 너희가 그 사람 앞에 섰을 때,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너희를 가엾이 여기시어, 그 사람이 너희의 다른 형제와 벤야민을 보내 주기를 바란다. 자식을 잃어야 한다면 나로서는 잃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요셉이 형제들을 다시 만나다>

15. 그리하여 이 사람들은 선물을 마련하고 돈도 갑절로 준비하여, 벤야민을 데리고 길을 떠나 이집트로 내려가 요셉 앞에 섰다.

16. 요셉은 그들과 함께 벤야민이 있는 것을 보고, 자기 집 관리인에게 일렀다. “이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가거라. 짐승을 잡고 상을 차려라. 이 사람들은 나와 함께 점심을 먹을 것이다.”

17. 관리인은 요셉이 말한대로 해 놓고, 그 사람들을 요셉의 집으로 데려갔다.

18. 그 사람들은 자기들을 요셉의 집으로 데려가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며 서로 말하였다. “지난번 우리 곡식 자루에 담겨 돌아왔던 그 돈 때문에 우리를 데려가는 거야. 우리에게 달려들어 우리를 덮치고, 나귀와 함께 우리를 종으로 삼으려는 거야.”

19. 그래서 그들은 요셉의 집 관리인에게 다가가, 그 집 문간에서 그에게 말을 걸며

20. 물었다. “나리, 저희는 지난번에도 양식을 사러 내려왔습니다.

21. 그런데 하룻밤 묵을 곳에 이르러 곡식 자루를 열어 보니, 각자의 곡식 자루 부리에 저희 돈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이렇게 도로 가져왔습니다.

22. 저희는 또 양식을 살 돈도 따로 가져왔습니다. 누가 곡식 자루 속에 그 돈을 넣었는지 저희는 모릅니다.”

23. 그러자 관리인이 말하였다. “안심하십시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하느님, 여러분 아버지의 하느님께서 그 곡식 자루에 보물을 넣어 주신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돈을 이미 받았습니다. 그러고서는 시메온을 그들에게 데려왔다.

24. 관리인은 그 사람들을 요셉의 집으로 데려가서 발 씻을 물을 주고, 그들의 나귀들에게도 먹이를 주었다.

25. 그들은 그곳에서 식사한다는 말을 듣고, 정오에 올 요셉을 기다리며 선물을 정돈하였다.

26. 요셉이 집에 들어오자, 그들은 그 집으로 가져온 선물을 요셉 앞에 내놓고 땅에 엎드려 절하였다.

27. 요셉은 그들에게 인사하고 물었다. “전에 너희가 말한 늙은 아버지는 잘 계시느냐? 아직도 살아 계시느냐?”

28. 그들은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는 잘 있습니다.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면서 무릎을 꿇고 절하였다.

29. 요셉이 눈을 들어 자기 친어머니의 아들, 친동생 벤야민을 보며, “전에 너희가 나에게 말한 막내아우가 이 아이냐?” 하면서, “얘야, 하느님께서 너를 어여삐 여겨 주시기를 빈다.” 하고 말하였다.

30. 요셉은 자기 아우에 대한 애정이 솟구쳐 올라 울음이 나오려고 해서, 서둘러 안방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울었다.

31. 그는 얼굴을 씻고 나서 다시 나와서 자신을 억제한 다음, “음식을 차려라.” 하고 명령하였다.

32. 그들은 요셉에게 상을 따로 차려 올리고 그의 형제들에게도 따로 차려 주고 그와 함께 식사하는 이집트인들에게도 따로 차려 주었다. 이집트인들은 히브리인들과 함께 식사할 수 없었다. 그것이 이집트인들에게는 역겨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33. 그들은 요셉 앞에 맏아들부터 막내아들에 이르기까지 나이 순서로 앉게 되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하였다.

34. 요셉이 자기 상에서 각 사람의 몫을 다르게 하는데, 벤야민의 몫이 다른 모든 이들의 몫보다 다섯배나 많았다. 그들은 요셉과 함께 마시며 즐거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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