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69호 2019.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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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강송환 마르코 |
천국을 향한 순례의 시작
강송환 마르코 / 해운대성당 ksh4441@hanmail.net
얼마 전 지인의 장례미사에 다녀왔다. 고통을 이겨내고 결실의 땀을 흘리다가 늦가을의 단풍을 즐기는 많은 지인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하직한 망자는 검정색 관에 말없이 누워 있었다. 망자의 사인은 간암이다. 평소에 신앙 생활에 열심이었고,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여 돈도 꽤 벌었다. 또 많은 곳에 희사도 하며 살았고, 누군가와 원수진 일도 없었다. 오늘날을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망자는 75세로 조금 빨리 저세상으로 간 느낌이다.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말들 하지만 다시 한번 죽음이 무엇인가를 묻게 하는 장례미사였다. 미사 중에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났다. 천국에서 잘 계시는지 물어보지만 답이 없다. 그냥 나 혼자서 묻고 답을 한다. 아마도 천국에서 잘 계시겠지.
요즈음 젊은이들과 유명인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보면서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면 윤리는 무엇이며 가치있는 삶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리 삶이 어렵고 명예가 실추된다 하더라도 모든 것을 죽음으로 포기하지 말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칭찬하고 삶의 순례를 이어가는 사회 분위기를 우리 신자들이 앞장서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된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죽음학(thanatology)이 학문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아직도 죽음을 극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끊임없이 죽음을 맞이하며 살아갈 뿐이다. 나 역시 숱한 죽음을 보면서 내가 맞이할 죽음에 대하여 나름의 정리를 하고 싶었다. 삶의 순례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지 질문만 던지다가 내 나름대로 죽음을 “천국을 향한 순례의 시작”이라고 정의를 내렸기 때문에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기쁘게 잘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살아있는 우리들은 천국 순례길을 기쁘게 가고 있는 영혼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면서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도 천국을 향한 기쁨의 순례를 시작해야 하니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순례에서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 비로소 천국을 향한 기쁨의 순례가 시작됨을 생각하면서 주어진 오늘의 시간 열심히 살아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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