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53호 2019.0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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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엄종건 신부 |
창백한 푸른 점
비행기를 타고 막 이륙할 때, 창문을 보는 사람들이 가지는 비슷한 생각, “이 조그만 곳에서 아옹다옹 사는 우리는 정말 먼지에 불과하구나…” 1990년 2월 14일, 지구와 61억 킬로미터 거리에서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는 크기가 0.12화소에 불과한 아주 작은 ‘창백한 푸른 점’이었습니다. 그 한 점이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보금자리입니다.
오늘 하느님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벌하시려 할 때 아브라함은 몇번씩이나 끈질기게 빌어 의인 열명만으로도 하느님의 용서를 확보합니다. 아재개그 중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데, 그보다 더 한놈은? 네, 바로 그 나는 놈 등에 붙어 가는 놈입니다. 그런데 그보단 더 한 놈은 제 생각엔 끈질긴 놈입니다.” 끈질기게 붙어있다면 떼어낼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밤중에 친구를 찾아가 빵을 청하는 이는 끈질긴 사람입니다. 아브라함이 끈질기게 의인의 숫자를 줄여가듯이 말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친구는 하도 졸라대기에 그의 청을 들어줍니다. 물론 청하는 이도 친구가 화가 날 것을 압니다. 아브라함도 하느님께 노여워하지 말라고 청합니다. 이런 끈질김과 동시에 우리가 가장 여겨 볼 것은 끈질긴 그 청을 받아주시는 하느님이시라는 점입니다.
사실 먼지와 재에 지나지 않음을 아는 아브라함이 계속해서 청하는 것은 의인과 악인이 뒤섞여 살아가는 소돔땅의 생명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용서를 받을 수 있도록 당신의 자비를 청하고 있습니다. 한밤중에 무례함을 무릎쓰고 남의 집을 찾아가 청하는 이도 자신에게 찾아온 친구를 대접하기 위한 빵세 개입니다. 악해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거늘, 생명과 이웃을 위해 청하는 이에게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먼저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정확히 믿고 끈질기게 청해야 합니다.
창백한 푸른 점, 그 조그만 곳에서는 지금도 우리 보금자리의 평화를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수많은아브라함이 있고, 없는 살림에 친구를 대접하기 위해 체면을 버리고 청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먼지에 불과한 우리들이지만 하느님께서는 하나하나 다 보고 계시며 이들의 청원에 일일이 응답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너무나 자비로우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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