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51호 2019.0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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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문자 데레사 |
희망이 되시는 예수님
박문자 데레사 / 서동성당 시인, 수필가 park2815@hanmail.net
거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성모님 등에 후광을 만듭니다.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듯 자애롭고 경이로운 표정으로 그렇게 나를 바라봅니다.
결혼을 하고 영도에 살았습니다. 가난과 출산이라는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던 시기였습니다. 집 근처에 신선성당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업고 턱없이 모자라던 돈을 들고 뭘 사야 배부른 상을 차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며 시장을 가노라면 성당을 지나서 가야 했습니다. 그때는 예수님을 모를 때였지만 성당을 지나면서 성모상을 바라보노라면 평화롭고 따스한 엄마를 만난 듯 울컥울컥 살아내야지 그래, 그래야지라는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그날도 늘 그랬듯 성당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저녁 햇살을 받고 서 있는 성모상 뒤로 오늘처럼 빛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업고 한참을 그리 성모상 앞에 서 있노라니 수녀님 한 분이 오셔서 아이가 참 사랑스럽게 생겼다며 처음 보는데 무슨 일로 왔는지 물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성당에 다니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되물었습니다. 수녀님은 활짝 웃으시며 지금 예비자를 위한 교리 중이니 내일부터 와도 된다고 했습니다.
나는 다음날부터 아기를 업고 교리를 받기 위해 제일 먼저 가서 앞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 과정은 어려웠습니다. 6개월 동안 아기를 업고 해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교리를 하는 동안 나는 내가 이 혹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진짜 이유에 대해 깨달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6개월의 과정을 거치고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감사와 감격의 눈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데레사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돌아보니 데레사로 살아가는 순간마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살았음을 깨닫습니다.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한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함으로 살아감이 또한 행복입니다.
지금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누군가도 나처럼 예수님이 주시는 은총으로 행복을 찾기를 마음 깊이 기도합니다.
거실에 장미 향이 가득합니다. 꽃 속에 서 계신 성모님 앞에 초 한 자루 밝혀드립니다.
호수 | 제목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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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1호 2019.07.14 | 희망이 되시는 예수님 | 박문자 데레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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