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50호 2019.0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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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우학 신부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정우학 유스티노 신부 / 이주노동자사목
저는 이주노동자사목을 맡고 있는 신부입니다. 저희 사무소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불과 산업재해와 같은 노동상담과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매 주일 외국인들과 그들의 언어로 미사를 봉헌합니다. 소임을 맡은 지 이제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왜 외국인까지 신경써야하냐”라는 불만들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한국 사회의 ‘우리’라는 벽이 참 높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우리’나라, ‘우리’민족, ‘우리’가족, ‘우리’동료. 한국 사회에 수많은 ‘우리’들이 있지만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그들’이 있습니다. 마치 유령과도 같아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 취급되며, 때로는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경계 밖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외국인이니까 감당해야 한다는 박대, 외국인들 때문에 경제가 빈곤해진다는 근거 없는 혐오 속에서 우리 외국인 친구들은 오늘도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러한 친구들에게 이주노동자사목은 ‘우리’가 되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이 땅에도 하느님의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땅에서 이주민으로 사셨던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이집트에서 난민 생활을 하셨던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이방인들에게도 차별 없이 기적을 베푸셨던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늘나라로 향하는 여정 중에 있는 이주민임을 기억합니다.
‘그들’도 분명 ‘우리’ 하느님 아버지의 가족, ‘우리’ 하느님 백성입니다. 함께 미사를 봉헌하면서 느끼지만 그들도 분명 ‘우리’입니다. 같은 하느님을 믿고 고백하는 ‘우리’와 같은 하느님의 모상들입니다. 그들도 분명 살아 숨쉬고, 다치면 아프고, 기쁘면 웃고, 소외받으면 슬퍼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교회와 사회의 문이 넓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우리’의 범위가 너그러워지기를 희망합니다. 좁은 의미의 ‘우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핍박받는 이들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아버지 이시기에 분명 이러한 희망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하나 됨의 성령께서 ‘그들’과 ‘우리’사이에 있는 벽을 허물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호수 | 제목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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