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548호 2019.06.23 |
|---|---|
| 글쓴이 | 이창주 신부 |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루카 9,13)
이창주 신부 / 반송성당 주임
오늘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이하며 첫영성체 예식을 하는 곳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처음으로 성체를 모시던 때를 기억하시는지요? 그저 두렵고 떨렸었고, 뭔가 신기한 맛일 것 같았지만 실상 포도주의 신맛 때문에 찡그리던 아이처럼 강렬한 인상이 남은 분도 있을 것이고, 오래전 일이라며 기억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에게 성체는 어떤 의미입니까? 왜 성체를 모시려고 합니까?
과연 성체는 무엇입니까? ‘주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1코린 11,23) 죽음을 앞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사랑 때문이었기에 마지막까지 실천하시려고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로 변화시킨 사랑 그 자체였고, 이것을 ‘기억하고, 행하라’고 명하십니다. 성체성사는 먹는 행위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기억하고 실천해야만 완성되는 성사입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회칙 『신앙의 신비』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거룩한 전례가 교회 생활에 있어서 주도적 위치를 자치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성체 신비가 그 핵심이고 또한 그것이 생활의 원천이므로, 이 원칙에 의해 깨끗해지며 힘을 얻게 되는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아니하고, 하느님을 위하여 살며 또 우리는 애덕에 의해 서로 아주 긴밀하게 결합됩니다.”(3항)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루카 9,13)라고 명하셨습니다. 성체를 받아 모신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면, ‘우리가 있는 이곳은 황량한 곳입니다.’(루카 9,12)라며 사랑의 신비를 깨닫지 못했던 제자들과 무엇이 다를까요? 정녕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동체는 황량한 곳입니까? 양식을 사 와야만 영적 배고픔이 해결되는 곳입니까? 공동체를 황량한 곳으로, 인간적인 계산이 우선적이게 만든 것은 바로 성체와 하나되어야 할 나 자신을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 반성해야 합니다.
박노해 시인은 “나눔의 신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빛은 나누어 줄수록 더 밝아지고 꽃은 꿀을 내줄수록 결실을 맺어가고, 미소는 번질수록 더 아름답다. 자신의 것을 잃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나누어 줄 수 없고, 자신을 나누지 않는 사람은 시간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주님께서 나누어 주셨듯이, 성체와 성혈을 영하신 여러분도 주님의 죽음을 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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