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54호 2015.1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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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기영 신부 |
당신의 도구로 살기까지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 일본 히로시마 선교 gentium92@yahoo.co.kr
얼마 전, 예비신학교의 교사, 학생들과 함께 일본 가톨릭 신학교 후쿠오카 캠퍼스를 다녀왔다. 이곳은 몇 년 전 도쿄 신학교와 하나로 통합되었는데, 해마다 성소 증진을 위해 돌아가며 오픈 캠퍼스를 열고 있다. 본당에도 연초부터“소명의 모임-Vocation Assembly”라는 제목으로 홍보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붙어져 있었는데, 그림이 꽤 흥미롭다. 스마트폰에 전화가 걸려왔는데, 발신인이 예수 그리스도이고, 화면에는 예수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옆에는“주님께서 당신을 부르고 계십니다.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아이들 눈에는“어라, 예수님한테서 전화가 다 왔네?”이러면서 꽤 재미있고, 흥미롭게 느끼지 않았을까?
도착해보니 정말 많은 이들이 부르심에 응답을 하고 와 있었다. 대략 2천여 명이었단다. 운동장에는 검은색 수단 자락을 펄럭이면서 신학생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인근 성당 교우들은 팥죽, 어묵, 국수, 솜사탕 등 먹거리 코너로 흥을 돋우고 있었다. 건물 안에는 더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부르심에 대한 강연회부터 각 수도회 소개, 성소 상담, 제병 만들기, 제의, 수단, 수도복 입어보기, 동일본 재해 복구활동 및 모금을 위한 대금 연주, 아이들을 위한 볼풀놀이 등이었다. 신학생 시절 성소 주일 행사 그대로였다. 다만, 일본 신학생들의 감소로 한국, 베트남, 인도에서 온 신학생들이 함께 땀 흘리고 있는 모습과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일본 교회의 현실에서 이 정도의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데 얼마나 고생들을 했을까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파견 미사! 교황 대사님의 주례로 주교, 사제, 수도자, 교우들, 특히 많은 어린이들이 한 마음이 되어 힘차게 성가를 부르며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다. 성체 성가로 마더 데레사 기도를 불렀는데, 짧지만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주님, 저를 써주십시오, 저의 손과 발이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돕고, 소외받은 이들을 방문하게 하소서. 주님, 저를 써주십시오, 제 입과 마음이 다정스런 말에 굶주리고 있는 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이라도 사랑할 수 있게 하소서.”
이렇게 주님께서는 당신의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을 눈여겨보시고, 분명히 성소의 씨앗을 심어주셨을 것이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는 앞으로 그 씨앗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말씀과 기도, 교육과 봉사라는 물과 양분으로 소중히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하느님께서는 늘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그분과 함께 살아가고 싶으실 때는 언제라도 교회를 찾아오십시오!”라던 교황 대사님의 말씀이 귀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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