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열매

가톨릭부산 2019.06.12 10:41 조회 수 : 36

호수 2547호 2019.06.16 
글쓴이 김영수 신부 

또 하나의 열매
 

김영수 신부 / 일본 히로시마교구 파견
 

   찬미예수님! 저는 2012년 히로시마 교구로 파견된 김영수 대건안드레아 신부라고 합니다.

   선교사제로서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주어져서 조금은 설렙니다. 처음부터 이야기하기에는 이런저런 일이 너무 많아 최근에 겪었던 일을 나누고자 합니다.

   일본 생활 5년째가 되던 해 저는 히로시마현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미요시(三次)성당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미요시시는 분지로 이루어진 작은 시로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여름에는 꽤나 더운 곳입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가마우지 낚시가 아직 남아 있는 아름다운 작은 시골입니다. 성당은 60년 정도 된 성당으로 20명 남짓의 신자분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첫 부임 하는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산을 넘고 넘어 도착한 곳은 히로시마라는 대도시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시골이었습니다. 원장을 맡게 된 성당 유치원에는 20명 조금 넘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언제 폐원될지 모를 정도로 입원(入園)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때는 미요시 시내에서 가장 큰 유치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더군다나 성당 유치원임에도 불구하고 신자는 한명도 없었죠. ㅠㅠ

   사제가 되기 위해 공부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왔지만, 갑자기 주어진 유치원 원장이라는 직책은 너무나도 버거운 것이었습니다. 우선은 성당 주변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다녔습니다. 시설이나 규모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본에 왔을 때부터 그래왔지만 더더욱 생활비를 절약하고 동기 신부님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작은 것들부터 채워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1년이 지나고 차츰 입원생들이 늘어났고, 학원 재단으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런저런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유치원에서 나무전지 작업 중 낙하 사고로 부상을 입어 2년 만에 유치원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유치원을 떠날 때 손을 흔들어 주던 아이들은 어느샌가 40명을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선교사제로서 ‘희망’이라는 선물을 받고 미요시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 ‘희망’이 어떤 사람을 통해, 새로운 곳에서 또 어떤 열매를 맺을까 오늘도 설레며 이 길을 걸어갑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윤석인 로사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