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5일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추수할 것 없는 농부, 월급 못 받는 노동자도 망연자실 맥이 탁 풀릴 만큼 절망스럽지만, 고기 못 잡는 어부 역시 살맛 나지 않는 것은 매일반일 것이다. 가뜩이나 자기네 스승의 죽음으로 모든 희망 잃어버린 그들이 다시 그물을 잡게 되었지만,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바로 그 때, 제자들이 절망에 굴복해가려 할 때, 부활하신 주님께서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신다. 죽음으로 사라지지 아니하고 다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희망을 전해주시려 온전히 당신을 제자들에게 드러내신다. 그리고 오늘 복음말씀에서처럼, 그 희망의 증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신다: « 그물을 배의 오른편에 던져보시오. » 밤새껏 죽어라 했을 텐데도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그들에게 그 쪽이 아니라 반대쪽,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던져보라 하신다. 이제껏 죽어라 던져대던 그물의 반대방향, 이곳에 뭐가 있고, 이곳을 가야 내 일이 풀리고, 이리 보고 달려야 내가 잘 살 것만 같던 거기 말고, 거기의 반대 방향, 오른쪽에다 그물을 던져라 하신다.
살기 위해 왼쪽만 바라보던 제자들이, 제 목숨 하나 건지려고 도망치고, 스승을 배반하고, 배신하기까지 했던 제자들이 오른쪽, 이제는 주님이 시키시는 쪽에다 그물을 던진다. 그러자 그물은 끌어올릴 수 없을 만큼의 고기가 걸려든다. 이 이야기는 단지 제자들이 고기를 많이 잡았다는 기적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활하신 주님에게 물고기를 얼마 더 잡고 안 잡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자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드러내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다시금 옛 삶으로 돌아갔으나 그 속에 살맛은 존재하지 않았고 밤새 헛일하는 것처럼, 밤새 삽질하는 것처럼 맥이 빠져 버린 인생들이 부활하신 그분의 음성, 곧 이제는 삶의 그물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라는 말씀을 듣고서는 살맛 나는, 신명 나는 인생으로 뒤바뀌어감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스승의 죽음으로 절망하며, 다 빠져나갔던 제자들의 생기를 채우시고, 다 잃어버렸던 사랑을 다시 채우시고 희망으로 그들을 다시 불타오르게 하시는 부활하신 주님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왜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을 다시 갈릴래아로 보내셨을까? 당신을 처음으로 만났던 그 바닷가, 배도 버리고 심지어 아버지마저 버리고 떠났던 그곳에서 다시 그들을 “재교육”시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 다시 첫 마음, 다시 첫 사랑, 다시 첫 희망을 채워주시기 위해서가 아닐까 ?
제자들에게도 새로운 갈릴래아가 있듯이, 우리네 인생에도 새로운 갈릴래아가 있다. 우리가 그분을 처음으로 만났던, 고향 같은 갈릴래아. 그 갈릴래아는 우리들의 부활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 갈릴래아가 바로 우리 김해성당이다. 바로 우리 성당이 우리들의 부활이 시작되는 곳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우리 성당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