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1일 부활 8일 축제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미사도 참례하고, 기도도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하느님에 대한 의구심이, 부활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곧잘 하느님께 흔들리지 않는 신앙의 은총을 내려달라고 정성을 다해 기도하기도 하고, 굳건하지 못한 자신의 신앙에 대한 미안함을 넘어서서 죄책감마저 가진 채 살아가기도 한다.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막달라 여자 마리아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굴뚝 같은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그래, 부활하신 주님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당신의 형제들, 곧 당신의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거기에서 당신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갈릴래아는 이방인들과 교류가 잦았던 곳, 늘상 우상숭배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던 곳, 살고 있던 사람들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죽어 지내던 어둠의 땅, 그래서 하느님마저도 포기한 것처럼 여겨졌던 곳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바로 거기에서 당신의 구원사업의 첫삽을 뜨셨고, 갈릴래아에서 당신의 제자들도 모으셨다.
갈릴래아는 이스라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의 후반부에 나오는 수석사제들과 원로들은 2천년 전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진실을 은폐하거나 엄폐하는 자들, 없던 일도 마치 있었던 양 말을 만들어 내는 자들, 조작질과 공작질로 한몫을 챙기거나,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자들이다. 그들로 말미암아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들은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세상 이곳, 저곳에서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거나, 땅을 치고 통곡하고 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시대의 갈릴래아 사람들은 누구일까 ? 그리고 우리 시대의 갈릴래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방해하는 우리 시대의 수석사제들과 원로들은 누구일까? 우리 시대의 갈릴래야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고, 우리 시대의 수석사제들과 원로들에게 저항하며, 그들이 정녕 회개의 길로 걸을 수 있도록, 그들의 거짓과 위선을 폭로하는 일, 이 일들이 바로 다름 아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뵙는 길이다.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 뒤에 부활의 기쁨과 영광이 오듯, 세상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연대하고, 그들 편에 서면서, 불의에 저항하는 일은 그리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그 길이 바로 우리를 부활의 삶으로 인도하는 길이다.
그 길, 함께 해봄이 어떠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