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1일 사순 제5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신앙생활, 그저 기도 열심히 하고, 미사 자주 참석하고, 봉사 열심히 하고, 가끔씩 고해성사도 보고, 교무금, 헌금 제 때 내고, 때때로 피정도 좀 하고, 특강도 듣고, 성경공부도 하는 그 정도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세상의 논리는 좀 더 편안하고, 좀 덜 책임지고, 좀 덜 힘들어하면서, 좀 덜 복잡하고, 좀 더 단순하게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식으로 돌아간다. 그 논리들을 거부하고, 불편하게 산다는 것, 그것은 욕망을 억제하고,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그 삶 속에서 겸손하게 살아가는 것이기에 고통의 길이다. 예수의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을 잠시 흉내내 보는 이들은 참으로 많다. 사람들로부터 인기 영달을 얻기 위해서든, 사람들로부터 의롭다는 소리 한번 들어보려고 하는 것이든, 정치인으로서의 스펙을 쌓기 위한 것이든 말이다. 그러나 어중이 떠중이들은 결국 모두 떠났다. 목숨을 걸겠다고 말한 이들도, 3년을 동거동락하던 제자들도 떠났다. 십자가 아래에서는 오직 겸손한 이들만 남았다.

      
오늘날에도 그 십자가 아래에 남은 사람들이 있다. 십자가의 길, 사랑의 길, 고통의 길에 이미 들어선 사람들, 그 길에 들어서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두렵다.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을까, 사람들로부터 욕 얻어 먹을까 두렵고, 삶이 힘들어질까 두렵고,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까 두렵고, 목숨을 잃을까 두렵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한가운데에서 그들은 하느님을 만난다. 곤경 중에 있는 내 목소리를 들으시는 하느님을 만난다. 그리고 오늘 제1독서의 예레미야처럼 기도하게 된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이다: 가까운 친구들마저 모두, 제가 쓰러지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힘센 용사처럼 제 곁에 계시니, 저를 박해하는 자들이 비틀거리고 우세하지 못하리이다. 그들은 성공하지 못하여 크게 부끄러운 일을 당하고, 그들의 수치는 영원히 잊히지 않으리이다. 의로운 이를 시험하시고, 마음과 속을 꿰뚫어 보시는 만군의 주님, 당신께 제 송사를 맡겨 드렸으니, 당신께서 저들에게 복수하시는 것을 보게 해 주소서. 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길을 걷는 사람은 두렵지만, 하느님 덕분에 두려움을 물리치며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때로는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하기도 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마치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세례자 요한이 세례를 주던 곳으로 물러가셨던 것처럼 말이다. 

     
세례자 요한이 세례를 베풀던 곳, 그곳은 예수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이었다. 세례를 받고, 성령을 받고, 아빠 아버지 하느님으로부터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는 말씀을 들었던 곳이었다. 당신의 일,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한 구원의 첫삽을 뜬 곳이었다. 처음의 첫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첫마음을 한결같이 지키려고 그곳을 가셨다. 

     
신자로서 살아가는 삶이 힘들 때에, 그 삶이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다 줄 때에,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일까? 바로 하느님이다. 곤경 중에 목소리를 들으시는 하느님, 우리들의 반석, 우리들의 산성, 우리들의 구원자이신 하느님이다. 우리들의 몸 숨기는 바위, 우리들의 방패, 우리들의 구원의 뿔, 우리들의 성채이신 하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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