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부활 대축일 낮 미사 강론 – 빈 달걀, 빈 무덤
 

주임신부    2025. 4. 20, 덕계성당 


 

주님의 부활을 맞으며, 함께 기뻐하는 오늘입니다. 어둠을 밝히고, 죽음을 이기시고,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리하신 날입니다. 성경의 코린토 전서 15장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 있느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시다.”(1코린 15,55.57)
 

오늘,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으며, 한 소년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 어느 성당의 주일학교에 ‘필립’이라는 이름을 가진 9살 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따뜻한 믿음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어느 날, 주일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부활절을 맞아 특별한 숙제를 주었습니다. “얘들아, 이 플라스틱 달걀 안에 ‘새 생명’을 상징하는 걸 담아오렴. 예수님이 무덤에서 살아나신 것처럼, 생명의 기쁨을 함께 나눠보자!” 그래서, 아이들은 그다음 주일에 달걀 안에 무언가 하나씩을 담아 가져왔습니다. 어떤 달걀엔 예쁜 꽃이, 어떤 달걀엔 초록 새싹이, 또 어떤 달걀엔 나비가 들어 있었지요. 그런데, 한 달걀을 열었는데 거기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속삭입니다. “어? 아무것도 없어. 누가 숙제를 안 했나 봐…” 그때, 조용히 있던 필립이 손을 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제 거예요. 그 달걀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게… 예수님의 무덤이 빈 거랑 똑같잖아요.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셔서, 무덤이 비었잖아요!” 필립의 이 말을 들은 아이들도, 선생님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가장 단순하고 순수한 입술에서 부활의 본질이 선포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뒤, 필립은 병세가 악화되어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그의 장례식에서 안이 비어있는 작은 플라스틱 달걀들을 필립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빈 달걀 안에는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께서 주신 생명의 소망, 부활의 은혜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 부활을 맞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에게 닥쳐오는 욕심도, 미움도, 절망도, 실패도, 죄악도, 그리고 죽음조차도, 예수님의 부활 앞에서는 모두 지나가는 빈 무덤임을 묵상하게 됩니다. 우리 주님은 살아 계시고, 우리 또한 다시금 살아날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은 이야기나 전설이 아닌 실재(實在)로서, 부활은 오늘도 우리 가운데 살아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능력입니다. 부활의 교훈인 ‘빈 무덤’처럼 우리도 비어있는 존재여야 함을 묵상하고 싶고, 나아가, 주님께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 주심으로써 우리의 빈 곳이 그분으로 채워지길 바라고 싶습니다.


 

강론을 마무리하며, 오늘 복음 속 말씀들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무덤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빈 무덤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요한 20,1.3-4.8 참조)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 부활의 은혜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그리고 우리 본당 공동체에 가득하길 빕니다. 우리를 위한 주님의 부활을 함께 기뻐합시다. 알렐루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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