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 강론 – ‘기억하여라.’
주임신부 2025. 4. 17, 덕계성당
음악 영상 소개 – ‘나를 기억하여라(Remembe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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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몇몇 철학자들(키케로, 니체)이 남긴 명언이기도 하지요. 어쩌면 잊어버린다는 것은 인간 생존의 조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큰 슬픔과 고난이 닥쳐도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 있기에, 우리는 지금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 생각해 보면,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 해도,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살아가며 잊지 않고 기억해야만 하는 내용들이 있고, 그 내용들은 많을 것이며 이 기억들을 우리는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리라고 봅니다. 우리는 종종 앞만 보고 살아가느라,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 과거를 잊곤 합니다. 그러나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게 하고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성경 전체를 보더라도, “기억하라.”는 표현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왜 기억하라는 것일까요? 이는 우리가 어떠한 은혜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우리의 기억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게 해 준 중요한 흔적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억들은 매일의 작은 일상조차 귀하고 은혜롭게 해 주며, 그래서 감사하게 하고 그 감사는 기쁨이 되리라고 봅니다.
때때로 사람은 떠나가고 시간은 흘러갑니다. 하지만 떠나간 그들이 남긴 사랑의 흔적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우리의 기억 안에 살아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사랑은 계속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기억함으로써, 계속되는 그 사랑을 우리는 다시금 누군가에게 전해주게 됩니다.
오늘, 주님께서 마련하신 최후의 만찬 자리에 초대받으신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이 자리에서 남기신 귀한 말씀을 우리도 기억합시다. - ‘이는 내 몸이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피다, 받아 마셔라.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