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베트남공동체 다문화 가정 축일(7/20)
[ 머리글 ]
< 새로운 도전 >
TRAN QUOC PHONG (요셉) 신부 / 부산본부 베트남공동체 담당
최근 몇 년간 베트남에서는 정부가 정하는 정책에 따라 혼란스러운 일이 있습니다. 새로운 신분증 발급에 관한 정책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모든 국민들이 무조건 chip이 있는 카드 신분증 발급을 받아야 하고, 이 신분증에 이어서 전자 신분증 발급을 받아야 합니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전자 신분증을 받기 위해 무조건 스마트폰이 있어야 됩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 없고, 나이가 든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모릅니다.
코로나 때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격리 정책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할 수가 없고 온라인 수업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없었고, 인터넷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도 코로나로 인하여 많은 마트나 음식점, 커피숍에서 결제와 주문은 셀프 방법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노인 분들이 카드를 통하여 셀프로 주문하거나 결제할 줄 모릅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 우리는 과학발전에 따라 기술과 과학에 관한 불평등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기술과 과학을 접하는 기회에 관한 평등도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이들은 기술이나 과학에 관하여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혹은 새로운 빈곤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현 과학의 발전에 따라, 특히 인공지능(AI)의 등장과 발전에 따라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주면서도 인류에게 큰 과제입니다. 현재 AI는 많은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고, 많은 성과를 줍니다. 이 영역들은 과학과 연구, 의료, 교육, 사업 등 입니다. 그러나 과연 가난한 사람들은 이 성과들에 대해서 평등한 기회가 있는가 싶습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해서도 우리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진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의 등장과 발전에 따라 인류가 많은 과제를 직면하게 됩니다. 한가지는 실업자율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많은 산업은 자동화되어 비전문적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단순한 노동에 관한 일은 사람을 대신하여 자동화된 기계가 담당합니다. 결과적으로 빈곤이 심화되었습니다.
과학의 발전, 그리고 AI의 등장과 발전에 따라 우리가 직면해야 되는 여러 과제에 새로운 빈곤 형태가 생기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인간 존엄성, 정의를 위협하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의식하면서 레오 14교황님은 첫 공식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습니다. “레오 13세 교황이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하여 당대의 사회 문제에 응답하였던 것처럼, 오늘날의 교회도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 존엄과 정의, 노동을 지키는 데 응답해야 한다.”
지난 7월 8일부터 1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동선을 위한 AI”(AI for Good)라는 주제로 개최된 정상회의에는 많은 정치가, 기술가, 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젊은이들이 참석하였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은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서명한 메시지를 이 정상회의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이 메시지를 통하여 교황님은 과학과 AI의 발전에 따라 얻는 성취와 그로인한 문제들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교황님께서 참석자들에게 공동선을 위해 과학 발전을 시키고, 과학과 AI를 사용하자고 초대하였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은 이렇게 예언적으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과제들을 지적하였고, 이런 문제들 가운데 인간 존엄성, 정의와 노동을 보호하자고 초대하였습니다. 우리는 교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런 초대에 응답하여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도전, 특히 새로운 빈곤 형태를 직면해야 합니다. 이런 과제들을 함께 고민하여 새롭게 빈곤을 겪을 사람들에게 함께 희망이 되면 좋겠습니다.
[노동사목이야기]
< 반복되는 죽음, 멈추지 않는 기계 >
전 주 현 (율리안나) / 부산본부 노무실장
가끔은 빵이 위로였습니다. 속이 비어 있을 때, 살짝 무너져 내릴 때, 저는 크림 가득한 빵을 집어 듭니다. 달고 폭신한 무언가가 입 안에서 녹을 때, 세상이 조금은 견딜 만해졌습니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할 때,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도 우리는 종종 케이크를 꺼냅니다. 그 빵은 위로였고, 기쁨이었고, 함께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저는 빵 앞에서 자꾸 멈칫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2022년 10월 15일 새벽, 경기도 평택의 SPC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들려온 참담한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스물셋의 한 여성이, 평택의 제빵공장에서 죽었습니다.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아무도 듣지 못한 비명을 삼킨 채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아직 해야 할 일도,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았을 젊은이가 기계에 끼여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공장은 사고 다음 날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날도, 기계는 작동했고, 회사 측은 유족의 장례식장에 자사 빵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이건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SPC 계열사의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단 한 번의 비극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2023년 8월, 성남 샤니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사망한 데 이어, 2025년 5월에는 시흥 SPC삼립 공장에서 또 다른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특히 이번 사고는 30년 넘게 사용된 낡은 기계에서, 윤활유를 뿌리던 중 발생했습니다. 사고 기계에는 자동 멈춤 장치(인터락)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없었고, 회사는 설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92조는 기계 정비 시 반드시 기계를 정지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PC 공장에서는 생산 손실을 이유로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사고로 인한 사망자 3명, 과로로 인한 질병 사망자 3명을 포함해 총 6명의 노동자가 SPC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산재 보상 승인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는 SPC삼립 노동자 1명이 뇌혈관질환으로 사망, 2024년에는 파리크라상 노동자가 심장질환으로, 샤니 노동자가 뇌혈관질환으로 각각 사망하며 산재 승인을 받았습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SPC 6개 주요 계열사에서만 산재 881건(월 14.6건)이 승인되었으며, 실제 사고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후화된 기계 설비와 부실한 안전장치, 그리고 기계를 멈출 수 없는 생산 중심의 문화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SPC 계열사의 전형적인 2조 2교대 근무체계(주야간 12시간 교대)는 노동자들의 만성적인 수면 부족과 피로 누적, 즉 과로로 인한 건강 악화를 초래해왔습니다. 이 모든 구조적 문제들이 결합되어, SPC 내에서 반복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년 부산교구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교육에서 SPC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학생들과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나눴습니다. “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 생명을 지킬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사고 이후에도 반복되는 사망을 보면, 기업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또한 학생들은 이러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불매운동은 단지 소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연대이다.” “한 사람의 실천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저는 희망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사회, 누군가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빵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 그런 세상을 바라는 작은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서 일하며, 누군가의 노동으로 먹고 입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노동의 가치를 너무 쉽게, 너무 자주 잊곤 합니다. 어떤 빵이 어떤 희생 위에 놓였는지를 안다는 건, 그걸 만든 이의 삶과 아픔을 함께 기억한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작은 목소리라도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겐 그게 시작일 테니까요. 기계는 계속 움직이지만, 사람은 멈춰 설 줄 압니다. 멈춰서 생각하고, 되묻고, 기억하고, 다시 살아내는 일. 어쩌면 그것이 남겨진 이들에게 주어진 몫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주사목이야기]
< 타국에서 신앙을 지켜가는 여정에 함께 합니다 >
울산대리구 사회사목 / 울산 필리핀 공동체 전례리더 Deocilla Shiela Shin
산업도시 울산 한가운데에서 울산 영어미사 공동체는 고국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주민 가톨릭 신자들에게 따뜻한 영적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울산 영어미사(Ulsan English Mass)"로 잘 알려진 이 공동체는 울산 지역에서 유일하게 영어로 미사를 봉헌하는 공동체로, 신앙을 삶의 중심에 두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국적과 언어의 장벽 없이 열려 있는 신앙의 공간입니다.
공동체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대부분 필리핀 국적의 친구들이지만, 캐나다,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신자들도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하나된 신앙 공동체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언어는 다르지만, 같은 믿음을 나누고자 매주 일요일 미사에 함께 모이고, 신앙 안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든든한 가족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2025년에도 공동체는 자발적으로 봉사단을 구성하여 전례 준비와 간식 준비, 그리고 각종 행사를 계획하며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사 전에는 정성껏 성가를 준비하고, 미사 후에는 다 함께 간식을 나누며 웃음과 대화를 이어갑니다. 매월 첫 번째 주일 미사에는 ‘성수 예식’을 통해 마음과 삶을 정화하고, 새 달을 더욱 성실하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또한 매월 두 번째 주일에는 공동체 가족의 가정을 돌아가며 방문하여 로사리오 기도를 함께 바치고, 기도 안에서 서로의 삶을 성모님께 의탁하며 친교를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 부활절을 준비하는 성주간에는 필리핀의 전통에 따라 ‘비지타 이글레시아(Visita Iglesia)’를 진행하였습니다. 울산 지역 7곳의 성당을 순례하며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 여정 속에서 방문한 각 본당의 한국인 신자분들께서 따뜻하게 반겨주시고 간식까지 챙겨주시는 모습에,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그리스도 안에서는 모두 한 가족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활절 미사에서는 빛의 예식을 통해 자신의 삶을 주님께 봉헌하고,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공동체로서의 일치를 더욱 굳건히 했습니다. “No Pray, No Play!(기도 없이는 놀이도 없다!)”라는 모토 아래, 공동체 지도신부님인 Fr. David Cha와 구성원들은 이번 주일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합니다.
울산에 거주하고 계신 이주민 신자분들 중 영어미사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공동체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국적과 언어를 넘어서 그리스도의 보편적인 사랑이 살아 숨 쉬는 울산 영어미사 공동체.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사랑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보편적인 사랑이 살아 숨쉬는 공동체! 함께 만들어 갑시다~!



[노동현장이야기]
< 낯선 익숙함 속에서 : 도로시의 집 박옥희 선생님 인터뷰 >
최 은 진 (미카엘라) / 부산본부 지원팀장
도로시의 집 내과 한편, 약품 진열대 앞에서 분주한 한 분이 계십니다. 약사 박옥희 선생님이신데요. 차분하고 꼼꼼한 솜씨로 든든하게 약제를 맡아 주시며,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고 계십니다. 오늘, 선생님의 따뜻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Q: 선생님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약사로 일하고 있는 박옥희입니다. 약사로 근무한 지 50년 정도 되었고요, 다양한 병원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재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와, 정말 엄청난 경력이신데요. 도로시의 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성당을 통해서 오시는데, 선생님은 그렇지 않으셨다고 들었어요.
A: 맞아요. 저는 부산시 약사회 사이트를 통해 이곳의 활동을 알게 됐어요. 원래부터 봉사에 관심이 있어서, 종종 활동할 수 있는 여러 곳을 찾아보곤 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적당한 기회가 잘 오지 않았어요. 아쉬운 마음이 계속 남아있던 차에, 이곳의 공지를 보게 된 것이지요. 마침 당시의 상황이 잘 맞게 되어 봉사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Q: 그것참 인연이 것 같아요 선생님. 봉사활동을 하고 싶으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 제가 어릴 적엔, 전쟁 이후 나라가 한창 어려울 때였어요.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기부를 하고 원조를 하던 시절이었거든요. 지금은 의사나 판사 같은 직업이 선망의 대상이라지만, 당시 저에겐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회사업가가 참 멋지게 느껴졌어요. 나도 언젠가 저런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학생 때는 고아원이나 노인정 같은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을 겪으며 일해보니, 사회사업가라는 일이 막연히 내가 생각하고 책에서 보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정말 보통 마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때 생각했죠.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고, 그 안에서 나눌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렇게 저는 약대를 가게 되었고, 지금처럼 의료 봉사를 할 수 있게 되었지요.
Q: 결국 선생님의 방식으로 나눔을 실천하게 되셨네요. 봉사를 하시며 보람된 순간, 어려운 순간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A: 여기에 오시는 분들이 다 외국에서 오셨잖아요. 그러다 보니 예전의 우리나라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나요. 옛날에 우리가 독일이나 미국 같은 곳에 가서 일을 많이 했잖아요, 그때 저는 경험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먼 타지에서 이런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갔겠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특히 외국에서 아프면 정말 막막하고 힘들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제가 크게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닌데도, 참 많이들 고마워하세요. 그런 고마움이 제게 다 보람이 되고, 이 활동에 의미를 느끼게 되죠. 이 일을 하면서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Q. 저는 선생님 특유의 섬세함이 기억에 남아요. 약을 소분해 주는 것이 마음에 쓰인다며, 단위가 작은 약품들을 찾으셨지요. 선생님께서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이 궁금해졌어요.
A. 맞아요. 저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환자들에게 약을 주는 과정이 깨끗하고 깔끔한 것 이 중요해요. 내가 이 약을 먹는다면, 내 입에 넣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될까 생각하죠. 이게 단순히 약을 건네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거꾸로 상대의 입장이 되었을 때 고마운 마음이 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료진료소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는데, 약의 포장 단위가 크면 다른 통에 나눠 주어야 하니 그것이 좀 아쉽죠. 아픈 사람들 모두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선생님의 정성이 잘 전해지는 듯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의료진으로 활동하시면서,
다른 현장과 달리 이곳에서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나 순간들이 있으신지요?
A : 이곳에 모이는 모든 분들이요, 서로 참 따뜻이 대하더라고요. 그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종교적인 배경이 있어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 믿음을 가지고 하는 일이니 보기가 좋기도 해요. 좀 특별한 것은, 이곳에 와서 만나는 분들이 어떻게 보면 모두 낯선 사람들이거든요.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 각 분야의 의료진분들, 직원분들, 그리고 다양한 봉사를 위해 모인 많은 분들까지. 일정에 맞춰 오시는 것이니 자주 뵙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교류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왠지 이곳에서는 그 낯설고 새로운 만남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아요. 낯선 누군가에게서 알 수 없는 익숙함을 느껴요. 마치 처음인 것 같지 않은 만남들. 그것이 이곳에서 느끼는 특별한 부분인 것 같아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익숙함. 참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마 서로 다를지라도, 마음에 품고 있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 따뜻함과 사랑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선생님의 일에 대한 애정과, 한결같이 지켜오셨던 나눔에 대한 열정이 잘 느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사랑을 실천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특히 좋은 이야기를 나누어주신 박옥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노동현장이야기]
< 폭염 >
김 도 아 (프란체스카) / 부산본부 사무국장
외근이 자주 있는 편인 저는 거리를 걷다보면 간혹 이질감을 느낄때가 있습니다. 피부가 따끔거릴만큼 강렬한 태양에 위기감을 느끼다가 어느 문이 열린 매장에서 강한 냉기가 밀려올 때가 그렇습니다. 더위에 지친 어느 순간에 그러한 냉기가 반가울법도 하지만, 저는 너무나 강한 더위도, 역시 너무나 강한 냉기도 참 위협적으로 느껴집니다. 매년 뜨거워지고 길어지는 여름의 폭염과 이에 맞서기라도 하듯 더욱 시원해지는 실내온도는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을 가져다줍니다.
작년에 이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으로 노동자들의 사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체감온도가 40도를 웃도는 날씨.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경우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 되었지만, 규제개혁위원회의 “영세 사업장 등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해당 조회의 철회를 권고해 입법이 늦어졌습니다. 결국 세 차례의 심의를 거쳐 본래 계획보다 40여일이 늦어진 7월 11일 관련 개정안이 통과 되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택배, 배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적용되지 않아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동일한 법과 제도가 적용되어야 하지만, 늘 제외되어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매년 온열진환으로 쓰러지는 이들은 몇천명에 달하지만, 중대재해로 인정받은 사례는 1건이 전부이고, 산재로 인정되는 사례조차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옥외작업이 필수적인 실외노동자, 에어컨 없는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단순히 힘들고 지치는 것을 넘어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데 반해, 법과 제도는 늘 한발 늦고 미흡한 것이 현실입니다.
뜨거운 날씨 속 비가 반가웠던 이유는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고공에서 그야말로 ‘버티고’있는 고공농성 노동자들 때문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그곳에서 얼린생수를 끌어안고 가만히 앉아서 버티는 노동자들의 건강이 너무도 걱정되어 매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곤 합니다. 신임 고용노동부장관이 고공농성장을 방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소식은 퍽 반가웠습니다. 그가 해결해줄 것이라 믿어서라기보다 고공의 노동자들이 투쟁 속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희망이 진실이 되어 고공농성중인 노동자들을 땅에서 마주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일과 시선 ]
<평화> 과거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평화를 약속하는 것입니다.
장영식 (라파엘) / 사진가
[ 지난달 한 일 ]
▶ 차별금지법 제정 부산연대 세미나 (7/22)
: 차별금지법 제정 부산연대에서는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활동 이외에도,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극우대중운동의 역사와 이주민 차별에 대해서, 이번 7월에는 반차별운동에 대한 언론의 태도와 역할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의 김언경소장님께서 언론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언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발제 해 주셨고, 차별금지법제정 부산연대 소속 단체인 민변부산지부, 부산퀴어행동, 어린이책시민연대의 활동가로부터 다양한 주체의 차별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나, 그리고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만연한 차별에 대해 다시금 확인하고 그 차별을 극복하고 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하반기 노동사목위원회 (7/25)
: 상반기의 노동사목 활동보고를 통해 이를 평가하고, 하반기 노동사목의 활동방향을 검토하기 위한 노동사목위원회가 열렸습니다. 늘 노동사목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바라봐주시는 여러 위원님들과 함께 노동사목의 어제를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함입니다. 노동사목의 우선순위는 노동과 노동자라는 설립목적을 잊지 않고, 보다 낮은 곳의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연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 외 활동
7/1(화) 노동사건지원 / 부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김해출장소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7/3(목) 의료지원 / 메리놀병원
노동사건지원 /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부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김해출장소
7/4(금)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7/6(일) 영어공동체 2차시 노동법 교육 / 사상성당
7/7(월)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7/8(화)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7/9(수)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 회의 / 노동해방 마중
7/11(금) 지구건설 공판 선전전, 기자회견 / 부산지방법원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부산운동본부 집행위회의 / 민주노총 부산본부
7/13(일) 영어공동체 2차시 노동법 교육 / 양산, 웅상성당
7/14(월) 사람이왔다 공부모임 / ZOOM
노동사건지원 / 괘법동 행정복지센터
7/15(화)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전국노동사목실무자회의 / ZOOM
7/17(목) 이주사목연대회의 / 울산 성베네딕토 이주민 지원센터
노동사건지원 / 부산구치소
의료지원 / 남천가족보건의원
의료지원 / 일신기독병원
7/22(화)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 회의 / 부산시민운동지원세터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 2차 세미나 /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7/23(수)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심리치유모임 / 노동사목센터
7/25(금) 노동사목위원회 / 노동사목센터
7/29(화) 노동사건지원 / 유닉스 노무법인
7/30(수) 노동사건지원 / 대한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
노동사건지원 / 부산지방법원
7/31(목) 노동사건지원 / 고용노동부 양산지청
바자울미사 / 노동사목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