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과 걸림돌 사이에서
오늘은 교회의 두 기둥이신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대축일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루살렘에서 초대교회를 이끌었고, 바오로 사도는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교회의 중심이고 일치의 상징이라면, 바오로 사도는 복음 전파의 상징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베드로는 누구보다도 먼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신앙 고백을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베드로”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시고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십니다. 실상 그리스 말의 “페트로스”는 바위를 뜻합니다. 예수님은 시몬 바르요나를 교회의 초석이자 주춧돌로 삼으시겠다는 의미로 그에게 베드로라는 이름을 주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의 신앙 고백을 듣고,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셨지만, 실상 베드로는 흠도 많고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와 있지 않지만 오늘 복음의 다음 구절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당신의 죽음을 예고하십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아주 인간적인 관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향해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하고 말씀하십니다. 베드로는 조금 전 반석이자 주춧돌이라는 뜻의 베드로라는 이름을 받았으나, 곧바로 예수님께 “걸림돌”이라는 책망을 받습니다.
실상 베드로는 반석과 걸림돌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신앙 고백과 인간적 면모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배운 것 없는 어부 출신에다 우유부단했고, 요즘 말로 하자면 강력한 리더십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 체포되고 재판을 받으실 때, 그는 세 번에 걸쳐 주님을 부인하고 배신합니다. 그러나 그는 후회하고 회개하며 돌아설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잘못 디딘 발걸음에서 되돌아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가장 약한 사람이었지만, 주님께서 가장 강한 디딤돌로 만들어 주셨고, 그는 그렇게 교회의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베드로가 신앙과 인간적 모습 사이, 반석과 걸림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우리 역시 신앙의 요구와 우리 자신의 인간적 요구 사이에서 흔들리고 방황합니다. 더 나가서 우리는 교회 안에서 교회의 약하고 흠 많은 모습을 봅니다. 어떻게 교회가 이럴 수 있을까, 어떻게 교회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약하고 흠 많은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웠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약하고 흠 많은 우리 위에 교회를 세우셨고, 그 약점과 단점은 고스란히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주님께서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셨다는 말은, 베드로의 신앙과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신앙고백 위에 세우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베드로는 가장 먼저 주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했고, 그 신앙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실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베드로가 보여 주었듯이, 회개하고 돌아설 수 있는 능력, 잘못 디딘 발걸음에서 되돌아 올 수 있는 용기,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입니다.
오늘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대축일에 우리 교회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우리 역시 우리가 세례 때 고백한 신앙고백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우리 교황 레오 14세를 위해서도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모아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