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백성의 예배] 오해받는 성목요일의 대영광송
대영광송의 본성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예수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인류 구원사의 결정적인 순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며 환호하는 천사들의 찬미(루카 2,14 참조)로 시작하는 대영광송은 삼위일체의 영광을 드러내고 환호하는 기쁨의 찬미가이다. 미사 중에 바치는 여러 전례음악 가운데 특히 영광스럽고 화려하며, 이 때문에 전례시기 중 절제와 참회의 준비기간(사순시기와 대림시기)에는 대영광송을 부르지 않는다.
성목요일에 대영광송을 부르고 있는 실태와 성삼일에 대한 몰이해
대영광송이 이렇듯이 극진한 기쁨을 성대하게 드러내는 환호의 찬미가임에도, 유독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미사의 대영광송은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오해받은 채로 불린다.
사제가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을 선창하면 종과 오르간을 요란하게 울리고는 갑자기 뚝 그친다. 그 다음에 오르간 반주도 없이 신자들이 “땅에서는 주님께서…” 이후 부분을 마치도 초상집 분위기처럼 슬프고 처량하게 부른다.
게다가 이때 종을 울리고 오르간을 연주하는 것을 이제 엄숙한 파스카 성삼일 동안 종도 악기도 사용할 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한 번 원을 풀듯이 소리 내는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이리하여 성목요일의 대영광송을 ‘수난의 대영광송’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악기의 반주도 없이 슬프고 엄숙하게 부르는 대영광송’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우리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그래서 지극히 성대하고 중요한 ‘파스카 성삼일’에 대해서 우리나라 신자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어보면 하나같이 성삼일의 삼일을 ‘성목요일’, ‘성금요일’, ‘성토요일’의 삼일로 알고 있으며 ‘주님 부활 대축일’은 성삼일 다음에 오는 또 다른 축제일이라고 대답한다.
성삼일이 부활 대축일과 분리되어 있으며, 주님의 ‘수난과 죽음만’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으니, 이 슬픈 시기에 부르는 성목요일의 대영광송은 당연히 슬프게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삼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성목요일 대영광송의 신원
여기에서 우리는 ‘파스카 성삼일’에 대하여 명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유다인들의 전통에 축제의 시작은 축제일 전날 해가 진 다음부터이다.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축제인 부활을 기념하는 ‘파스카 성삼일’은 성주간 목요일 저녁 ‘주님 만찬 저녁 미사’부터 시작한다(“미사경본 총지침”, ‘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19항 참조).
여기에서 우리는 목요일을 나누어 생각하여야 한다. 흔히 목요일 하루 전체를 성삼일의 ‘성목요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날 드리는 ‘주님 만찬 저녁미사’ 전까지의 목요일은 ‘성주간 목요일’이지 성삼일의 ‘성목요일’은 아니다. ‘사순시기’ 또한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 만찬 저녁미사’ 전까지의 기간이다.
성삼일은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것이다. 주님의 수난과 부활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단일한 사건이며, 이를 하나의 파스카 신비로 기념하는 것이 교회의 전례력에서 가장 성대한 축제인 성삼일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성삼일은 주님의 수난과 죽음만을 기념하는 슬프고 엄숙한 기간이 아니라, 주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을 기념하는 기쁜 축제일이다. 성삼일의 첫날인 성금요일은 주님의 ‘수난하심’과 ‘돌아가심’을 기념하는 날로서, 사실상 이 신비는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미사의 대영광송이 끝난 뒤부터 시작된다.
둘째 날인 성토요일은 주님께서 ‘묻히심’과 ‘저승에 내려가시어 저승 문을 부수고 갇혀있던 영혼들을 해방하심’을 기념하는 날이다. 셋째 날인 주님 부활 대축일은 주님께서 결정적으로 죽음을 물리치시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심’을 기념하는 날로 부활 성야 미사로부터 시작한다.
이렇듯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는 성삼일은 가장 중요하고 성대한 축제일이므로 교회는 성삼일을 시작하면서 다가온 부활의 기쁨을 미리 드러내는 성대한 전야제를 거행한다. 바로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미사의 입당송에서부터 대영광송까지가 전야제인 것이다.
성삼일 직전에 끝나는 사순시기와 이어지는 성금요일과 성토요일에 대영광송을 부르지 않고 악기의 사용을 절제함에도, 유독 주님 만찬 저녁미사의 입당송을 오르간 반주와 함께 성대하게 노래하고 대영광송도 부르는 이유는 이것이 성삼일이 가져다줄 부활의 기쁨을 미리 맛보는 전야제이기 때문이다.
이 전야제가 부활 성야의 기쁨을 미리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활 성야의 대영광송을 부르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성목요일의 대영광송을 부른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2008년 로마 미사경본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제7항과 부활 성야 미사 제31항 참조).
모든 미사는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것이며, 이 부활의 신비를 가장 성대히 드러내는 것이 부활 성야 미사이고, 부활의 기쁨은 부활 성야 미사 중에서도 특별히 대영광송을 통하여 표출된다. 이 큰 기쁨을 성당 안에 가두어둘 수가 없어 부활 성야의 대영광송을 부르는 동안 성당 종탑의 종을 울려서 그 기쁨을 온 세상에 퍼지게 했던 것이다.
모든 대영광송 중에서 가장 성대한 대영광송이 이 부활 성야의 대영광송이며, 이것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이 성목요일의 대영광송이다. 성목요일의 대영광송은 부활 성야의 대영광송을 미리 앞당겨 부르는 것으로서, 부활 성야의 대영광송과 함께 가장 성대하고 화려한 대영광송이다.
이상과 관련한 더 자세한 사항은 부산 가톨릭 대학교 출판부에서 편집한 “신앙과 삶” 제12호의 153-193쪽에 실린 글 ‘성삼일 전례’를 참조.
* 신호철 비오 - 부산 가톨릭 대학교 교수·신부. 전례학 박사.
[경향잡지, 2010년 5월호, 신호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