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사순 제4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루살렘의 주민들은 소문 무성한 인물, 예수를 드디어 만났다. 그들은 예수라는 인물이 과연 하느님께로부터 파견을 받은 구원자인지, 아닌지를 놓고 맞다 아니다 서로 시시비비를 가리려 했다. 자기네들끼리 아무리 논쟁을 해봐야 별 수 없었으니, 결국 예수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바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대목이다: « 그들이 죽이려고 하는 이가 저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보십시오. 저 사람이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는데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최고 의회 의원들이 정말 저 사람을 메시아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이런 상황 속에서 예수께서는 이제 확고히 당신 자신에 대해서 알려주신다: « 나는 나 스스로 온 것이 아니오.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신데, 당신들은 그분을 알지 못하오. 나는 그분을 알고 있소. 내가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께서 나를 보내셨기 때문이오 ».
이 말씀을 끝내자 마자, 최고 의회의 위원들은 예수님을 잡아 죽이려고 했다. 예수님의 말씀은 그들에게 신성모독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한갓 사람으로서 하느님과 같다 하고, 하느님 행세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그분에게 손을 대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요한 복음 사가는 « 그분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
최고 의회의 의원들은 모두가 사두가이였다.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에게 증오를 품었고, 그 증오가 극에 달해 살인하려고 하는 충동까지 일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예수님을 죽일 수 있을 만큼의 정치적 수완이나 능력은 없었다. 실제로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이들은 사두가이들이었다. 사두가이들은 거의 모두가 제사장들, 현대용어로는 고위직 성직자들이었고, 로마와 손잡고 있었던 정치단체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로마 관리들과 손잡고는 매국노 짓거리를 일삼았고, 성전 주변의 환전상인들과 제물 상인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편안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메시아가 필요가 없었다. 메시아가 오면, 자신들의 정치적 위치는 산산조각 날 것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돈과 재물이 누리게 해주었던 일상의 안일함과 풍요로움은 사라질 것이었다. 메시아라고 하는 인물은 그들에게서는 제거되어야 할 인물, 모가지를 비틀어야 할, 새벽을 알리는 닭에 지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를 죽이는 일이 비단 2천년 전에만 일어난 일이겠는가? 백성의 아픔과 백성의 눈물을 뒤로 하고, 힘있고, 돈 있는 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제도와 관습, 그리고 그들을 눈감아 주고, 그들을 비호해주는 검찰세력들, 재벌들, 적폐 언론들, 그들이 저지른 만행이 비단 2천년 전에만 일어난 일이겠는가?
오늘 복음은 세상의 악을 폭로하고 있다. 또한 이 나라, 이 땅에서 정의를 부르짖고, 가난하고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과 함께 연대하려는 이들을 옭아매려는 권력과 이미 권력의 상투머리를 붙잡고, 그 권력을 좌지우지 하는 자들의 더러움을 폭로하고 있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 땅의 역사의 무게를 느끼게 하며, 그 역사 안에서 온갖 수모를 당한 이들, 피 흘리며 죽어간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