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27호 2017.01.08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주님은 모든 민족의 군주

주님 공현 대축일(마태 2,1-12)

염철호%20신부의%20복음생각(16).jpg


에제 36,16-28에 따르면 부정한 길과 행실로 땅을 더럽힌 이스라엘 집안은 바빌론 유배로 인해 민족들 사이로 흩어져 가는 곳마다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힙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더럽힌 당신의 이름의 거룩함을 드러내시고자 작정하시는데, 이스라엘 조상들과 약속하신 대로 그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돌아오게 하시고, 정결하게 하시며, 새 마음과 새 영을 넣어 주시어 그들이 당신의 계명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이를 통해 모든 민족이 당신이야말로 참된 주님임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오늘 1독서의 이사야 예언서는 이렇게 유배를 마치고 되돌아온 이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예루살렘의 빛이신 주님의 영광이 떠올랐다고 노래합니다. 예언자들이 예언한 바대로 주님께서 당신 약속을 기억하시어 이스라엘을 어둠과 암흑의 땅 바빌론에서 구원하여 약속의 땅으로 되돌아오게 만들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예루살렘에 머무시며 당신의 영광을 온전히 드러내셨음을 노래합니다. 주님께서 당신만이 참된 주님이심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영광은 이스라엘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사야는 이제 예루살렘이 모든 민족이 모여드는 장소가 되리라고 예언합니다. 모든 민족이 예루살렘으로 모여들 것이며, 이를 보고 이스라엘 민족도 기뻐할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만이 만군의 주님임을 찬양하며 예루살렘에서 주님을 섬기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민족들 사이에서 더럽힌 주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게 될 것이며, 모든 민족이 그분의 거룩한 이름을 찬양할 것입니다(이사 60,1-6).

모든 민족이 주님을 경배한다는 주제는 오늘 전례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오늘 화답송으로 노래하는 시편 72장도 타르시스와 섬나라 임금들, 세바와 스바의 임금들이 주님께 모여와서 그분을 경배하고 섬기리라고 노래합니다.

2독서의 에페소서도 이 점을 이야기합니다. 바오로는 신비로 가려져 있던 하느님의 계획이 계시로 드러나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계획은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에페 3,6). 오늘 봉독한 마태오 복음서도 이 점을 이야기합니다. 마태오 복음서는 모든 민족이 예루살렘으로 모여들리라는 이사야의 예언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온전히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마태오에 따르면 유다 베들레헴에서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시게 되었을 때 동방에서 세 명의 박사가 찾아옵니다. 그들은 별을 보고 그분을 경배하러 온 임금들로 모든 민족을 대표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은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가지고 오는데, 1독서에서 봉독한 이사 60,5-6의 예언이 떠오릅니다. “바다의 보화가 너에게로 흘러들고, 민족들의 재물이 너에게로 들어온다. 낙타 무리가 너를 덮고, 미디안과 에파의 수낙타들이 너를 덮으리라. 그들은 모두 스바에서 오면서 금과 유향을 가져와, 주님께서 찬미 받으실 일들을 알리리라.”

우리 모두는 구약의 예언, 곧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세상 곳곳에서 주님께 모여든 이들입니다. 육으로 이스라엘 민족은 아니지만, 믿음으로 아브라함의 후손이 되어(로마 4,13) 주님의 백성이 된 이들로 성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모여와 주님을 경배하는 이들입니다(묵시 21,22). 어떻게 보면 현대의 동방박사들로 하느님의 계획을 깨달아 알고 아기 예수님을 찾아와 경배하는 이들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아 다시 한번 아기 예수님께서 온 세상을 다스리는 군주로 드러나셨음을 기억합시다. 물론, 우리네 삶은 여전히 어둠으로 가득하고 곳곳에서 그리스도인들로 인해 주님의 이름이 더럽혀지곤 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영광은 언제나 새로운 예루살렘이자 성전이신 예수님을 통해 거룩히 빛날 것입니다. 그러니 각자의 자리에서 예수님의 탄생과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주님의 이름을 찬양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29 [위령기도를] 부산교구 방주섭 신부 file 2016.07.27 269
328 부산가톨릭대 지방대학특성화(CK-1) 설명회 및 사업단 선포식 file 2016.10.07 268
327 부산교구, 선교용 부채 제작 file 2016.07.13 267
326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부산서도 순회 기도 file 2017.05.22 265
325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산교도소서 ‘주님 사랑 글잔치’ 개최 file 2016.06.29 265
324 오롯이 주님의 길 걸어온 사제들에게 감사 file 2016.03.31 265
323 교황 “소수의 탐욕으로 가난 깊어져” file 2019.11.19 264
322 연말의 어느 오후, 순교 성지를 거닐며 차분한 '나홀로 송년회' file 2015.12.28 263
321 부산교구 양산청소년캠프장 개장 2016.07.28 262
320 300여 명 사제 양성의 비결은 ‘열린 교육’ 2016.10.20 260
319 천주교 부산교구 24·25일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 2017.12.26 257
318 부산교구 성령쇄신봉사회, 2000여 명 참석 교구 대회 2016.04.21 257
317 기독교계 부활절 행사 "부활의 의미는 생명의 순환" file 2017.04.14 255
316 천주교부산교구장 손삼석 요셉 주교 “부활절 희망 메시지, 오늘날 더 큰 가르침” file 2019.04.19 253
315 부산PBC, 제2회 가톨릭성가제 본선 개최 2015.10.30 253
314 [새책]「성모님! 할 말 있어요」 file 2017.08.31 252
313 부산교구 로사사회봉사회, 제1회 로사주민대축제 열어 2015.10.30 252
312 "집회 나가지 않아도 마음으로 촛불 든 4900만 생각하라" file 2016.11.26 251
311 세 사제의 주님 향한 삼색 찬양 file 2016.08.11 251
310 “17년째 거리 선교로 추억 쌓고 나눔의 기쁨 얻어요” file 2017.09.14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