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7.03.10 11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14> 우리 사회의 사순시기

누군가가 아프다고 외치고 있어요

  
요즘 천주교회는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기념하는 부활절을 잘 맞이하기 위해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다. 이 기간에 천주교 신자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하느님께 돌아가기 위해 회개와 보속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이 회개와 보속의 시간은 꼭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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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 조각.


우리 사회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면 사회적 차원에서 진정한 생명으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정화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수님은 당시 만연했던 '사람보다 규정과 관습'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회의 작은이들을 먼저 선택하셨다. 예수님의 죽음이 그들을 돌보셨던 예수님께로 향했던 비난의 말들, 골치 아픈 일에 연관되고 싶지 않아 불의를 보고도 눈감았던 사람들의 무관심, 작은이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었던 사람들의 욕심이 모여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한 휴대전화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갔던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접하며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우리의 말 한마디, 무관심, 욕심이 쌓이고 쌓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연약한 구성원을 죽을 만큼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천주교 신자에게 사순시기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 사회도 반성과 정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천주교 부산교구는 천주교 신자들 가운데 죽음을 맞이한 분을 위한 봉안 시설인 '하늘공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곳 봉안당에 들어가면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의 시신을 무릎에 안고 있는 '피에타 성모상'이 있다. 봉안당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대부분 사랑하는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낸 이들이기 때문에 그들과 같은 아픔을 겪었던 예수님의 어머니를 보며 위로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특히 봉안당 왼쪽 편은 한 유골만을 모시는 개인단이 있기에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곳이다. 예수님의 어머니도 자신의 무릎에 피투성이 몸으로 죽은 아들을 어루만지며 그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물렸던 때를 기억했을 것이다. 십자가를 지고 오르던 언덕에서 예수님께서 넘어지셨을 때, '나의 아들아 어서 일어나렴'이라고 말하며 일으켜주던 때를 기억했을 것이다. 십자가 위에서 '왜 저를 버리셨느냐?'고 울부짖던 예수님의 등을 다독거리며 '난 너를 버린 적이 없단다' 하고 위로해주던 때를 기억했을 것이다. 앞서 말했던 여고생의 어머니는 물에 빠져 죽은 딸을 안고 그날 아침 출근하던 딸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던 자신을 자책하며 자신이 대신 죽을 수만 있다면 자신이 죽고 싶었을 것이다. 무엇이 이런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을 우리 사회에 계속 만들고 있는가.
 
우리 사회의 사순시기를 통해 작은 이들의 처지에 서서 그들을 이해하는 여유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 사회의 작은이들이 아프다고 외칠 때 관심을 기울이는 마음과 자신의 부족한 것에만 온통 마음을 쓰기 보다는 작은이들의 부족함도 보살피는 마음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바로 국제신문 독자들부터 우리의 작은 말과 실천으로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하자.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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