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7.01.06 11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12> 2017년 새해를 맞이한 기쁨

사랑으로 고통 이겨내는 평화의 기도

  
가톨릭 교회는 1월 1일을 '세계평화의 날'로 지정하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주위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고 스스로는 폭력으로부터 최소한의 방어도 할 수 없는 아기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 대축일을 기념한 후 '세계평화의 날'을 지내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세계평화를 위한 해답이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

아기는 모든 미움을 녹아내리게 하는 힘이 있다.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외양간을 연상하며 기도하다 보면 거기에서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인 사랑받는 한 아기와 그 아기를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 이 기본적인 사랑하고 사랑받는 인간관계 안에 평화의 시작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상처는 다른 이의 상처를 보듬어 줌으로 가장 잘 치유될 수 있다. 사랑할 때 우리는 사랑받을 수 있다. 평화는 보복이 아니라 용서하고 사랑할 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면 가장 큰 혜택을 얻는 사람들은 사회적 강자인 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이다. 그 실질적인 예와 폭력의 악순환을 해결할 실마리를 지난해 12월 28일 바티칸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받은 특별한 편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편지는 시리아에 있는 알레포 라틴전례 본당에서 사목하는 이브라힘 알사바 신부가 그 본당의 어린이들과 함께 교황에게 보낸 것인데, 그 편지에서 알사바 신부는 12월 초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 공습 지원을 받는 반군의 전쟁으로 어린아이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어린이들은 심각한 영양실조, 물과 전기 부족, 추위와 굶주림, 의료의 부제로 큰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무차별적 폭격으로 인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매일을 견딘다.

하지만 본당 신부는 이런 고통을 준 이들에 대한 보복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못 박는 이들마저 용서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평화와 종전을 위해 미사 드리고, 시민을 공격하고 살해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 자신들에게 남은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랑과 진실과 기도뿐이라는 것을 믿는 것이다. 하느님의 능력과 사랑을 굳게 믿기에 자신이 받은 폭력에 대해 미움을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고 사랑하는 용기를 청하며 예수님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교황은 세계평화의 날 담화에서 폭력을 폭력으로 맞서 더 큰 폭력을 낳을 것이 아니라, 비폭력으로 극복하자고 호소한다. 그리고 고통당하는 아이들에게 무관심하지 말자고 호소한다. 책과 연필 대신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내몰리는 아이들, 난민선에서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죽어가는 아이들, 폭격으로 먼지를 뒤집어쓴 채 피를 흘리는 아이들, 그리고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살해되는 아이들 안에서 2000 년 전 해산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한 산모와 아기를 본다. 가축의 여물통에 뉘인 아기 예수님은 폭력으로 시달리는 세상에 가장 큰 선물을 주고 있다

아기 예수님은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평화의 열쇠가 있음을 상기시켜 준 것이다. 2017년 아기 예수님께서 주신 선물을 품고 평화로운 대한민국과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국제신문 독자들과 함께 힘차게 시작한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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