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32호 2017.02.19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신앙 공동체는 하느님 성전

연중 제7주일(마태 5,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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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성전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안에 머물고 계심을 드러내는 상징이었습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거처였고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전은 여러 번에 걸쳐 파괴되고 더럽혀지는데, 그때마다 이스라엘 백성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왜냐하면 성전이 파괴되고 더럽혀진다는 것은 하느님이 그들을 떠나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시는 곳이 성전이라는 건물이 아니라 백성들, 곧 공동체 안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입니다. 더럽혀지거나 파괴되지 말아야 할 곳, 우리가 거룩하게 유지해야 할 곳은 건물이 아니라 우리 자신, 곧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공동체가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성전을 거룩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합니다.

바오로의 가르침처럼 초대 교회는 신앙 공동체를 하느님의 성전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건물이 아니라 공동체 자체를 거룩하게 유지하려고 하였는데, 이는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이러한 신앙 공동체가 거룩함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에 관한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2독서에서 바오로는 분열과 다툼 자체가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인 공동체를 더럽히고 깨트리는 행위라고 말하면서, 공동체를 일치시키는 것이 거룩함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이를 위해 교만하지 말고 자신이 그리스도의 것임을, 더 나아가 하느님의 것임을 항상 기억하라고 권고합니다. 만약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높이려고 한다면, 교회는 분열될 것이고, 하느님 성전은 파괴될 것입니다.

오늘 1독서는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고 말하면서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형제를 미워하지 않고, 동족의 잘못을 서슴없이 꾸짖으며,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진정 이웃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 거룩한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라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이웃을 사랑하며 거룩하게 살아갈 때 우리 공동체는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이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1독서의 가르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웃뿐만 아니라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권고합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 아버지 하느님처럼 완전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곧, 거룩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원수까지 사랑하는 것과 공동체의 거룩함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겨지기도 합니다. 1독서는 분명 잘못한 이가 있으면 그 잘못을 꾸짖으라고 권고하는데(레위 19,17), 원수에게는 우리가 꾸짖어 주어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런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세상에 아무런 원수도 만들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르다가 만나게 된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들을 원수라고 느끼는 것마저 잘못이라고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원수는 원수로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며, 그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원수의 죄를 꾸짖고 그릇된 것을 올바로 잡아야 하지만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탈무드의 가르침처럼 원수를 이웃처럼 사랑하라고 요구하십니다. 그래야 아버지가 거룩하신 것처럼 우리도 거룩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번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원수까지도 껴안는 신앙인으로 거듭납시다. 그것이 바로 공동체를 거룩하게 만드는 가장 훌륭한 길임을 기억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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