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평화신문 
게재 일자 1355호 2016.03.13. 1면 

[사순 기획] (5·끝) 버려진 장애아들

영유아시설에 스무 살 어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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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천사들의 집에 사는 아이들이 이동진 원장 신부에게 달려들어 안기고 있다.

 

“엄마, 이거 이거.” “아빠다! 안아줘요. 나도 나도.”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안아 달라, 업어 달라. 아이들 소리만 들으면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여느 집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 방에 모여 있는 아이들은 스무 명. 모두 다운증후군이나 자폐 등 지적장애를 가졌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라 부르는 이들은 함께 지내는 ‘선생님’들이다.

경기도 여주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 있는 여주천사들의 집(원장 이동진 신부)은 장애 영유아시설이다. 지체장애, 뇌병변, 지적장애를 지닌 아이 96명이 생활하고 있다. 베이비박스에서 버려졌거나, 장애 정도가 심해 다른 시설에서 맡을 수 없다고 보낸 아이들이다.

그런데 정작 영유아에 해당하는 일곱 살까지 아이들은 거의 없다. 96명 중의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는 스무 살이 훌쩍 넘었다. 천사들의 집에서 지낸 지 18년째다. 팔다리가 뒤틀려 누군가 대소변을 받아줘야 한다. 이런 중증 장애인이 두 살부터 스물네 살까지 또 스무 명이 있다. 천사들의 집에서 지내다 일곱 살이 넘으면 다른 시설로 가야 하지만, 받아 주는 곳이 없어 이곳에서 계속 지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데서 받아주질 않으니 어쩔 수 없지요. 여기 계신 선생님들이 출생 신고도 하고, 돌잔치도 해 주면서 돌봐 온 아이들이에요. 옹알이하고, 걸음마 떼고, 학교 입학하고 졸업하는 거 다 지켜본 우리 아이들, 우리가 데리고 있어야죠.”

더 좋은 환경 위해 공사 중

원장 이동진 신부는 “영유아시설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교육이나 치료에 한계가 있다”면서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도록 해 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없는 형편에도 뭐든 해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이 신부는 결국 일을 벌였다. 천사들의 집은 현재 설립 19년 만에 전체 리모델링 중이다. 4월 말이면 공사가 끝난다.

사회의 관심 절실

“아이들은 새집이 생긴다고 잔뜩 기대하고 있어요. 혼자 쓰는 침대랑 책상을 가지고 싶어 하고요. 공사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어 빚더미에 앉아 저 혼자 속을 썩고 있긴 한데, 아이들 생각하며 후원회원 모집하는 데 힘을 내고 있습니다. 자기만의 공간을 원하고, 예쁜 옷 입고 싶어 하고, 엄마·아빠 사랑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건 또래 아이들이랑 똑같아요. 그저 장애가 있을 뿐이에요.”

어느새 아이들은 이 신부에게 안기겠다며 난리가 났다. 용케 이 신부 오른팔을 차지한 아이는 대롱대롱 매달려 신이 났다. 이 신부 품에 안긴 아이는 함박웃음이다. 언젠간 다른 시설로 옮겨져야 한다는 걸, 아이들은 모른다. 그런 아이들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모른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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