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96호 2016.05.29. 4면 

[사회교리 아카데미] 인간에게 봉사하는 경제

경제의 주체와 목적은 ‘인간’

자연은 하느님이 인류에게 주신 것
‘사유물’ 아닌 ‘공유물’로 여기고
 민주주의 입각한 공동의 결정으로
‘노동’ 최우선하는 제도 만들어야

 

273219_1483_1.jpg 일러스트 조영남

 

지난 2014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고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라고 가르치셨다. 지난해 유엔 제70차 총회 연설을 통해서도 경제의 주체요 목적은 인간이기에, 경제와 경제 제도는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이어야 함을 일깨워주셨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반색하며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고민하는 가운데, 교황의 메시지에 난색을 표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다. 그들은 교황이 남미 출신이라서 경제를 잘 모른다는 둥, 또는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이나 해방신학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다는 둥 이런저런 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교황의 가르침은 가톨릭교회가 100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사회교리를 통해 가르쳐 온 바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교황은 지난해 쿠바 방문을 마치고 비행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단 한 번도 교회의 사회교리 너머에 있는 것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사도신경을 외워보라면 난 준비가 돼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봉사하는 경제 제도는 어떤 것일까?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헌장」은 경제생활의 몇 가지 원리들을 제시하는데, 이 원리들이 “인간이 모든 경제 사회 생활의 주체이며 중심이고 목적”(「사목헌장」 63항)이라는 것과 경제의 목적이 “오로지 인간에 대한 봉사”(「사목헌장」 64항)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무엇보다 먼저, 인간 노동의 우위성(「사목헌장」 67항)이다. 생산과 경제에 있어서 자본과 토지와 같은 요소들은 오로지 도구의 성격을 지닌다. 그러므로 인간의 노동이야말로 경제생활의 다른 요소들보다 우월하다. 인간 노동의 최초 형태를 생각해본다면 더욱 분명해진다. 우리가 자본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하느님이 주신 자연 자원에 인간 노동을 투입한 결과물이 축적된 것이다. 그러니 인간 노동을 가장 우선에 두는 경제 제도가 필요하다. 둘째로, 기업 경영에 있어서나 더 넓은 차원에서 경영의 조건을 만드는 정치에 있어서나 모두 노동자의 참여와 공동의 결정(「사목헌장」 68항)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 발전이나 노동 분야의 정책과 제도를 결정하는데 있어 소수의 집단이나 사람들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런 결정들은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더욱 풍부한 논의와 참여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은 더욱 넓은 영역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바탕이 되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재화, 특히 창조된 자연 자원은 모든 인류를 위해 하느님이 주신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사회교리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라고 표현한다. “다양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민족들의 합법적인 제도에 적용된 소유권의 형태가 어떠하든, 언제나 재화의 보편적 목적을 명심”해야 하고, “재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합법적으로 소유하는 외적 사물들을 자기 사유물만이 아니라 공유물로도 여겨야”(「사목헌장」 69항)한다. 이는 사회교리를 넘어서서, 가톨릭교회가 처음부터 가르쳐 온 지상 재물에 대한 전통 교리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로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곧 구조조정이 시작될 모양이다. 구조조정이 곧바로 정리해고로 이어질까 염려된다. 정리해고로 이어지더라도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하고 공동의 결정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하게 빈다. 많은 노동자들이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이지만, 우리 경제와 노동 제도에 대한 윤리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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