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80호 2016.01.31. 4면 

[사회교리 아카데미] 소비사회

풍요로운 삶에 가려진 ‘빈곤’
경제성장·물신의 덫에 걸린 오늘날
개인 회심으로 ‘가난의 영성’ 되찾아
하느님 주신 참다운 모습 회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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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한편으로는 빈곤의 사회다. 가난한 사람이 자신의 가난을 탈출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빈곤은 고스란히 대를 이어 물려져 내려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 사회는 풍요의 사회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의 소비 수준을 살펴보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그리고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많은 사람들은 빈곤을 부지런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로 돌려버리기도 하고, 끝없는 경제 성장이 모든 사람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풍요의 ‘소비사회’는 끝없는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후기산업사회의 자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대량생산으로 이루어지는 풍요로운 사회는 쌓여있는 생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소비를 인공적으로 부추길 수밖에 없다. 소비와 소유에 대한 개인의 욕구와 욕망은 광고와 마케팅 기술에 의해 더욱더 정교해지고 더욱 부풀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기대나 막연한 믿음과는 달리 인간이 경제적 선택(특히 소비)을 할 때도 그러하고 정치적 선택(특히 선거)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선택들이 주체적이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에게 정보가 많은 것 같지만, 실상 그 정보의 대부분은 광고와 정치 선전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주체적으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구조적으로 선택당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우리의 풍족한 소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그리고 다른 어느 곳보다도 더욱 풍요로운 삶을 제공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와 시장의 강제에 의해 억지로 요청된 것일 뿐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우리의 소비 생활을 돌아보면, 우리의 필요와 자연스러운 욕구를 넘어서서 사물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를 마치 자신인양 생각하거나 또는 그 사물을 가지면 자신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필요에 의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과 환상에 기초해서 소비하는 것이다.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옷과 가방이 그러하고, 어떠한 악조건도 뛰어넘을 자동차가 그러하며, ‘사는 곳이 나를 말해준다’고 광고하는 아파트가 그러하다. 이런 사물들을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것은 판타지(fantasy)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아주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맛과 취향도 사실은 명예와 지위 획득의 사회적 ‘구별짓기’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형성된다는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분석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의 소비사회는 구약의 예언자들이 그렇게도 비판하던 우상 숭배, 특히 물신(物神) 숭배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끝없는 경제 성장’이다.

끝없이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 그리고 끝없는 경제 성장 이데올로기의 덫에 걸린 사회를 극복하는 길은 그리스도교의 가난의 영성으로 돌아가는 길이어야 한다. 물론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거나, 그 극복 역시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욕망과 이데올로기 위에 세워진 이 사회를 극복하는 것은 개인의 회심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복음적 요청으로서 가난은 극단적인 무소유의 요청이 아니라, 소유와 소비에 의존하여 자기 자신을 정립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서 오로지 하느님께 돌아서는 길이고, 하느님이 새겨주신 자신의 참다운 모습을 찾고자 하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가난으로의 방향 전환이 이 우상의 사회를 극복하는 길이다.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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