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6.02.12. 11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1>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신앙, 사회 아름답게 만들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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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고 있다. 교황은 물질이 아니라 양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데서 기쁨을 찾는 목자가 소중하다는 뜻에서 성직자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고 권고해왔다. 국제신문 DB

 

우리는 흔히 좁은 의미에서 종교는 신과 개인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성장시키기 위해 자신의 영성 생활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 신앙의 주체인 신앙인은 세상에 발을 딛고 현실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그 신앙은 사회 안에서 실천되어야 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성당에서 사목하다 지금은 중구 대청동 가톨릭센터에 있는 PBC 부산평화방송에서 사목하고 있다. 본당 신부로 일할 때를 뒤돌아보면 본당 일에 온통 마음을 쓰느라 그 본당이 자리 잡고 있는 주위 사회에 대한 봉사는 소홀했다. 하지만 본당을 떠나 방송국에서 사목을 하며 신앙인들도 사회의 영향을 받고 사회에 영향을 주며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절감한다.

현재 가톨릭센터에서 18명의 동료 사제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제를 포함해 교도소를 찾아 수인들을 돌보는 사제, 노동자들의 아픔에 함께하며 노동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상담하는 사제, 도시 속 빈민들을 찾아가 마을 공동체를 가꾸어 가는 사제, 농민과 어민들이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먹거리를 도심의 생활 조합에 공급해 도시와 농촌을 함께 살리려는 사제, 병원의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위로하는 사제, 전통 시장 상인들을 찾아가는 사제, 가톨릭센터의 문화 공간과 이곳에서 전시되고 공연되는 창작물을 통해 사회에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사제.

이들은 본당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 속 구석진 곳으로 찾아가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를 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양(羊) 냄새 나는 사제'가 되기 위해 먼저 사회의 변두리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곳 가톨릭센터 지역 또한 부산의 근대사와 맥을 함께 하며 사회 안에서 성장해 온 교회 전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곳은 6·25 전쟁 이후 피란민들을 위한 메리놀 수녀회의 무료 진료소가 운영되었던 곳이다. 특히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는 가난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이들을 돕기 위해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어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도왔다.

이들이 이 장소에 성당이나 수녀원과 같은 종교시설 대신 의료시설과 신용협동조합을 만든 것은 우리 사회 힘든 이들의 현실을 보듬어 안는 모습 안에 신앙의 참모습이 있어서 일 것이다.

중구의 원도심에서 15년 동안 방송을 해온 부산평화방송은 교회 안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 속으로 나아온 교회의 또 다른 모습이다. 때론 세월호 분향소를 찾아 함께 마음 아파하는 이들의 모습을 전하고, 부당하게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겨울철 난방유를 전하며 춥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돌보는 복지관 직원들의 소식을 전하는 것도 우리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도인들은 자기중심적이어서는 안 되며 다른 이들에게, 또 다른 이들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종교 단체들도 자꾸만 자기중심적인 모습으로 변질되어 간다. 이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종교는 또 다른 집단 이기주의의 형태라고 한탄한다. 종교 단체들 스스로 다른 이들을 향해 열려 있는지 늘 점검해 보아야겠다.


PBC 부산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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