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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인한 일괄고백, 일괄사죄에 대해 알아봅시다.
<카톨릭신문> 제3189호, 9면 (2020-04-05 발행)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판공성사는 의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위험으로 개별 고해가 어려운 상황에서 각 교구는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를 권고했다. 교황청 내사원에서도 3월 20일자 교령을 통해 ‘실제 상황의 심각성’ 때문에 ‘개별 고백을 먼저 하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신자들에게 일괄 사죄를 베풀 수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신자들에게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는 생소하고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다. 일부 신자들은 “고해성사는 고해소에서 신부님과 직접 만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고해성사를 부담스러워하는 신자들은 “입으로 말하기 힘들다”고 생각해 내심 반기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고해성사는 하느님과의 화해를 이루는, 신앙생활의 소중한 요소이므로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고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상황에 기원을 둔다. 전쟁터에 파견되는 병사들이 너무 많아서 개별 고백을 들을 수 없는 상황과 관련해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일괄 사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합당한 마음의 준비’와 “병사들이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면 자발적으로 온전한 고해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회법적으로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는 가능한데, 이는 교구장 주교의 판단에 따른다. 교회법 제961조는 “개별적 고백 없이 한꺼번에 여러 참회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죄가 베풀어질 수 없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두 가지 예외를 두고 있다.

먼저 박해나 전염병, 전쟁이나 긴급한 재해 등의 위급한 상황에서, 사제가 참회자의 개별적인 고백을 들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을 때에는 일괄 사죄가 가능하다. 또한, ‘중대한 필요’가 있을 때, 즉 많은 수의 참회자들이 있고 한 사제나 여러 사제가 적절한 시간에 참회자의 고백을 들을 수 없으며, 참회자가 자신의 탓 없이 오랜 시간 성사의 은총과 영성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 일괄 사죄가 가능하다.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는 제95조에서 ‘공동참회’ 예식을 거행하더라도 고백과 사죄는 개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96조에서는 ‘전시나 천재지변, 또는 많은 사람이 갑자기 동시에 죽을 위험이 있는 경우’ 일괄 사죄를 수여할 수 있지만 그 밖의 경우에는 교구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일괄 사죄를 유효하게 받기 위해서는 참회자의 합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고해성사에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합당한 준비는 물론이고, 당장은 개별적으로 고백할 수 없는 모든 중죄를 적절한 때에 개별적으로 고백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교회법 제962조 1항) 또 일괄 사죄로 중죄를 사면 받은 교우들은 다시 일괄 사죄를 받기 전에 되도록 빨리 개별 고백을 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늦어도 1년 안에 해야 한다.(「고해성사 예식 지침」 34항)

예외를 인정하지만 일괄 사죄의 수여는 엄격하게 제한된다. 회중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일괄 사죄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판공성사 때에는 일괄 사죄가 허용되지 않는다. 전염병 확산 위험이라는 중대한 이유로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가 허용되지만, ‘개별적인 온전한 고백과 사죄’(교회법 제260조)가 하느님과 화해의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고해성사를 베풀 수 있는 장소는 본래 성당이나 경당으로서, 고해소 밖에서는 고백을 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로 하고 있다.(교회법 제964조)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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